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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병'을 통해 무지를 극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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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교수 著 `호환 마마 천연두'

비디오 가게에서 빌린 비디오테이프를 VTR기기에 넣었을 때,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로 시작하는 문구를 접한다. 불법 비디오의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다. 그만큼 호랑이로 인한 피해와 천연두(마마) 질병이 치명적이었다는 의미다. 신동원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과 교수가 한국인이 앓아온 병(病)과 그 병의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했는지를 탐색한 책 '호환 마마 천연두'를 펴냈다. 한림대 한림과학원이 기획한 '일상개념총서' 첫 번째 책으로, 일종의 '병'이란 개념의 역사서다.

신 교수는 1778년에 출간된 '방언유석'에서 '마마'라는 어휘의 유래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한다. 책에 표기된 '두회료(痘回了)'는 조선말로 '역질도셔다'이고, 청나라 말로는 '마마 마림비'다. '역질도셔다'는 '두신이 나간다'는 뜻인데, '두신(痘神)'은 만주어로 '마마'라는 것을 확인했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의 간섭을 받기 시작한 조선에 '마마'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유입됐음을 가늠할 수 있다.

신 교수는 또 '괴질(怪疾)'이 '호열자(虎列刺, 콜레라의 음역)', 즉 '콜레라'로 대체되는 과정을 획기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괴질'이라는 미지의 공포에서 '콜레라'라는 설명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병의 개념에는 역사적 지형과 시간적 변화가 존재한다”면서 “그리고 한국의 경우 식민지 경험과 제국주의의 침투라는 근대적 서사가 병 개념의 형성과 변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돌베개 刊. 399쪽. 2만원.

허남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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