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신년특집 신춘문예 당선작]죽음 앞에 마주 선 노년의 고독 리얼하게 형상화해

/심사평/

8편의 본심진출작 가운데 '가을볕' '소말리아에서 온 손님' '줄'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 등 4편에 주목하였다. '가을볕'은 꽃다운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죽은 딸에 대한 늙은 어머니의 깊은 슬픔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담담하고 맑은 서정으로 그려졌으나 소재를 비롯하여 문장과 구성 등이 흠없이 무난하여 평범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소말리아에서 온 손님'은 제목 그대로 범죄자이자 불법 체류자인 소말리아인이 체포되어 호송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을 그리고 있는데 충분히 매력있는 소재임에도 사건의 상황과 전개가 모호하고 어수선하여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줄'은 이미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고령화 시대의 문제점들을,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화자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인생의 끝머리에서 치르게 마련인 노년의 비극과 고독이 잔잔히 그려진 수작이다.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은 간암을 앓고 있는 중년남자의 투병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핍진한 과정을 극히 리얼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삶과 죽음,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와 그 교류, 죽음을 바라보는 마음의 고독과 고통에 '택배'라는 알레고리를 사용한 것도 좋았고 속도감있고 드라이한 문체로 이끌어가는 문장도 훌륭하다. 논의 끝에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을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수상을 축하하며 이 작가의 다음 작업을 기대해본다.

전상국·오정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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