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Week+100년의 전통, 강원의 맛]명태, 너 참 맑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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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고성 성진회관

◇(사진 아래)'성진회관' 운영하는 김창길·황경남씨 부부 ◇(사진 오른쪽 위)주메뉴 명태 맑은탕

20년째 '명태 맑은탕' 주메뉴

전국 어디에 내놔도 자신 있어

일본 원전사고 이후 러시아산 써

애주가들 속풀이 음식으로 그만

밑반찬도 서거리 깍두기.코다리무침

"하루빨리 사라진 고성명태 돌아와

손님 밥상에 올렸으면 하는 바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명태, 명태라고/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가곡 명태(양명문 시·변훈 곡·성악가 오현명) 중에서

어느 시인의 술안주로 손색이 없는 명태는 1어(魚)4색(色)4미(味)로 서민들이 즐겨 먹는 국민생선으로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명태의 살은 국이나 찌갯거리로, 내장은 창난젓으로, 알은 명란젓으로, 머리는 귀세미젓으로, 눈알은 구워 술안주로, 곤이는 국거리로 쓰인다.

명태는 수많은 이름으로도 불린다. 잡힌 상태와 시기, 장소, 가공 방법 등에 따라 30여 가지가 넘는다. 갓 잡아 얼리지 않은 것은 생태, 꽁꽁 얼린 것은 동태, 한겨울 찬바람 속에 내걸어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말린 것은 황태, 절반쯤 말린 코다리 등으로 불린다. 또 잡은 바다에 따라 고성 앞바다를 비롯한 동해에서 잡았으면 지방태(연안태), 베링해나 오호츠크해 산이면 원양태라고 한다.

명태가 함유하고 있는 단백질은 완전단백질로 성장과 생식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데다 우리 인체의 체조직을 구성하는 체액·혈액의 중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질 좋은 비타민 A와 나이아신이 풍부해 피부와 점막에 없어서는 안 될 식품이고 특히 레티놀은 고운 피부 및 주름방지에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

명태의 고장인 고성군 거진읍 시가지에서 20여 년째 '명태 맑은탕'을 주메뉴로 성진회관을 운영하는 김창길(63·한국외식업중앙회 고성군지부장)·황경남(59)씨 부부는 “어린 시절부터 즐겨 먹고 어머니 어깨너머로 틈틈이 배운 손맛으로 '생태 맑은탕'을 만들어 손님상에 올리고 있다”며 “생태 맑은탕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지만 지방태가 사라진 이후 동태 맑은탕으로 음식을 내놔 손님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부인 황씨는 “일본 원전사고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생태를 직수입해 '생태 맑은탕'을 끓였으나 지금은 러시아산 냉동명태를 사용한다”며 “하루빨리 사라진 고성명태(지방태)가 돌아와 손님 밥상에 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생태 맑은탕은 예부터 명태가 많이 잡히는 고성지역 주민들이 맹물에 말리거나 얼리지 않은 생태와 무를 넣고 소금으로 밑간을 해서 간단하게 끓여 먹던 겨울철 별미로 애주가들에게는 속풀이 음식으로 그만이다. 또 여기에 청양 고춧가루만 넣으면 얼큰한 매운탕이 된다. 명태 요리도 다양하다. 말린 북어를 찢어 끓인 북엇국, 코다리를 꼬리와 머리만 잘라내고 깍둑 썬 무 위에 얹어 찌면 북어찜, 부스러진 살을 익은 무에 넣고 국물과 함께 내면 제사상에 오르는 어탕이 된다. 코다리를 콩나물과 함께 미더덕 적당히 넣고 얼큰하게 쪄내면 명태찜이다.

1970~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간 수만 톤에 이르던 고성명태 수확량이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동해안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2000년 초부터 수백톤으로 급격히 줄어들다가 지난해에는 500㎏에 그치고 있다. 지금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명태의 대부분이 원양태다. 이에 따라 고성군은 '명태의 고장'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해마다 명태축제를 개최하고 다양한 명태 가공산업을 육성하는 등 고성명태의 브랜드 가치 및 이미지를 높여나가고 있다. 또 해독작용이 우수한 고성명태의 효능을 알리고 해양심층수를 활용한 다양한 명태 요리 및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도해양심층수 수산자원센터가 국내 최초로 고성지역 어민들이 연근해에서 잡아온 죽은 명태를 이용해 채란 및 채정 등 수정작업을 거쳐 명태치어 9만4,000마리를 부화시켜 종묘 생산에 들어갔다. 고성지역 주민과 어민들은 사라진 명태가 다시 돌아와 '명태의 고장'이라는 옛 명성을 하루빨리 되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고성=정래석기자 redfox9458@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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