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참 쓸쓸한 추석

“가족과 송편 빚어본 게 언제인지 …”

“타지에 있는 자식은 못온다 하고 …”

복지시설 노인들은 이번 명절도 외롭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창밖만 멍하니 본다

“추석 명절에 가족과 송편 빚어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추석을 앞둔 2일 춘천의 한 노인복지시설에 들어서자 노인들은 각자 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네자, 4년 전부터 시설에서 생활해 온 김모(여·66)씨는 “명절이 다가오면 20여년 전 헤어진 가족이 평소보다 더 그리워진다”며 “송편도 빚고 가족끼리 대화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어렵게 가족과 연락이 닿았지만 추석에 방문을 하지 못한다는 소식에 이번 명절이 더 쓸쓸하다.

옆 방에서 생활하는 윤모(95)씨도 이번 추석에 가족과 만나지 못하고 시설에서 지내야만 한다. 자식들이 타지에 있는데다 추석 기간 근무가 겹치면서 방문이 어렵기 때문이다. 윤씨는 “이번 추석에는 집에 갈 수 없어 요양시설에서 송편을 빚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곳에서 생활하는 6명의 노인들은 가족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추석을 코앞에 두고 대부분 방문 소식이 없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더욱이 최근 후원까지 급격하게 줄면서 어려움마저 호소하고 있다. 해당 복지시설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춘천시와 일반기업 등 2곳으로부터 쌀 13부대를 후원받은 것이 고작이다.

원주시 귀래면에 위치, 9명의 노인들이 생활하는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단 한 곳에서도 후원물품이 답지하지 않았다. 요양원 관계자는 “경기침체에 후원 절차마저 까다로워져 소규모 복지시설에 대한 후원이 점점 줄어들어 안타까울 뿐”이라며 “이번 명절은 후원도 없고 집에 가는 어르신도 2명에 불과해 쓸쓸한 추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2012년에는 추석이 끼어있는 한 달간 4억7,827만원이 모금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액은 3억2,676만원으로, 1년 새 1억5,000만여원이나 줄었다. 또 지난달 1일부터 현재까지 모금된 기부액은 2억2,376만원으로 집계돼 불과 2년 만에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추석 시즌 기부금과 기업들의 물품 기부가 예년에 비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민족의 대명절을 앞두고 주변의 소외된 이웃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도내 독거노인은 4만9,612명이고 노인요양시설 및 노인요양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은 6,592명에 이른다.

박진호기자 knu10@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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