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예민한 포유동물 `말'<952>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뼈는 사람처럼 205개 수명은 25~30년

포유동물 중 가장 큰 눈 가져 사방 주시

이제 말(馬) 이야기를 할 차례다. 4,500만~5,500만년 전 지구상에 나타난 말의 조상인 에오히푸스(Eohippus)는 몸집이 큰 개만한 것이 앞다리에 발굽 4개요, 뒷다리엔 3개, 어금니도 아주 간단했는데, 이제 와 비로소 몸집이 1톤에 가까워졌고, 발굽은 모두 하나로, 어금니도 크고 매우 복잡해졌다.

말처럼 굽(Hoof)이 하나인 것을 기제류(奇蹄類), 굽이 두 개인 소나 노루, 돼지를 우제류(偶蹄類)라 부른다. 기록상으로 가장 작은 말은 26kg, 가장 무거운 것은 물경 1,500kg이나 된다고 하고, 말의 뼈는 사람처럼 205개이며, 수명은 25~30년이라 한다. 그리고 말은 아주 예민한 동물로 뭍에 사는 포유동물 중에서 가장 큰 눈(알)을 가지며, 그것이 머리의 좌우 양편에 붙어있어서 온 사방(350도)을 예의 주시할 수 있고, 또 귀(귓바퀴)를 쫑긋 세워 180도를 돌릴 수 있어서 머리를 돌리지 않고도 소리를 귀담아들을 수 있다. 말은 서서도 자지만 가끔은 숙면에 들기 위해 드러누우며, 육상 포유동물들 중에서 꽤나 큰 편에 속하니, 이를테면 멀대 같이 다 큰 여아를 비유하여 '말 만한 계집아이'라 하고, '말매미' '말거머리'도 그들 총 중에 큰 놈들을 이른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말의 학명(學名)은 Equus caballus인데 속명 Equus나 종명 caballus 모두 다 '짐 싣는 말(복마·卜馬)'이란 뜻이다. 하여 사람들이 몰고 다니는 아주 우람하고 묵직한 현대자동차의 에쿠스(Equus)는 '네 바퀴 달린 말(馬)'인 셈이다. 그런데 조랑말 '포니(Pony)'나 질주하는 말인 '갤로퍼(Galloper)'도 이렇게 죄다 말과 연관이 있었구나! 말보다 덩치가 작은 당나귀의 학명은 Equus asinus다. 말과 당나귀는 한통속 같아 보이지만 학명에서 보듯이 딴 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암말과 수 당나귀 사이에 노새(Mule)가 생겨나니 일종의 종간교배로 잡종 노새는 아주 몸집이 크고 힘이 세지만(잡종강세) 불임으로 새끼를 낳지 못한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