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전문의 칼럼]임산부가 위험하다 `임신중독증'

이상수 강릉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산부인과 외래진료실을 방문하는 산모들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혈압을 측정하고, 소변검사를 통해 단백뇨가 검출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외래방문 때마다 혈압 측정과 소변검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체 모성(산모) 사망의 15% 이상을 차지하며, 태아에게도 치명적이거나 조산이나 발육 지연 등으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임신 중 고혈압질환'을 조기에 발견하여 산모와 태아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함이다.

'임신중독증'이라는 병명으로 알려져 있는 임신 중 고혈압증은 고혈압이 발생한 시점과 소변에서 단백질 성분의 검출 여부, 경련·발작의 발생 유무에 따라 다양한 병명으로 분류하고 그 고혈압증의 경중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시도한다.

혈압이 140/90㎜Hg 정도면 일반인에게는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산모에게는 이 이상의 혈압을 고혈압으로 진단하고, 특히 소변검사에서 단백뇨가 2+ 이상으로 검출되면 더욱더 심각한 고혈압증으로 진단, 입원을 권유하게 된다.

집에서 심한 두통이 느껴지거나, 시야가 뿌옇게 변하거나, 상복부 통증, 구역 및 구토증을 비롯해 너무 심하게 몸이 붓거나, 소변양이 평소보다 줄어들거나, 태동이 없어지거나, 하혈을 할 경우에도 심각한 고혈압증이 발생했을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방문해 혈압 측정과 소변검사를 시행, 임신 중 고혈압증이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임신 중 고혈압증으로 입원하게 되면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결과 임신부와 태아에게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 상황이 아니라면 조심스럽게 혈압 조절 약물과 경련 방지 약물을 사용하면서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임신 유지를 시도하지만, 대게 임신 34주 이상이거나 여러 가지 검사상 위험한 결과가 확인되면 조산 유무에 상관없이 분만을 감행하는 것이 임신 중 고혈압증의 원칙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심각한 상황을 유발하는 임신 중 고혈압증은 아직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착상 이후 모체와 태반의 혈액순환의 장애로 인해 모체 혈관 수축과 혈관내피세포의 이상으로 각 장기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함에 따라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까지도 믿을 만하고, 유효하며, 경제적으로 임신 중 고혈압증을 예측할 수 있는 선별검사 방법이나 예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고혈압, 콩팥질환, 당뇨병, 비만, 루푸스 같은 결체조직질환을 앓고 있었거나 청소년 또는 고령임산부, 첫 임신, 과거 임신에서 임신 중 고혈압증을 앓았거나, 쌍둥이 임신 그리고 가족들 중 이런 고혈압증을 경험한 경우 발생 가능성이 더욱더 높아지므로 각별한 주의와 철저한 산전 진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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