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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이윤보다 이웃 `착한 가게'

자장면 2,000원 해장국 2,500원 … 17년째 밥값 그대로

넉넉지 못한 손님들 배려

도내 착한가격업소만 324곳

장기 경기침체 속 다시 주목

26일 낮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 춘천시 효자동 '참참참 스넥'은 분주했다. 6명 남짓 앉도록 돼 있는 일자형 밥상에는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김밥 한 줄을 주문하고는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 여대생들이 들어와 떡볶이와 튀김을 주문한 뒤 자리에 앉았다. 그 뒤를 이어 회사원으로 보이는 듯한 남녀들이 들어오면서 자리는 금방 찼다. 이들이 음식을 시킨 후 지불한 돈은 모두 개인당 1,000~2,000원. 이곳에서는 김밥과 떡볶이, 튀김 등은 1,000원, 잔치국수는 2,000원에 팔고 있었다.

지난 1999년 개업해 올해로 17년째를 맞는 이 가게는 개업 후 지금까지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주인 이순옥(여·55)씨와 박연화(여·62)씨는 웃으며 말했다. “없는 사람들이 주린 배를 채우는 걸 뻔히 아는데 어떻게 가격을 올려요…”

찬바람이 부는 경기침체 속에도 '이윤'보다는 '이웃'을 위한 착한가게들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도내 소비자물가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전혀 다르고, 돈이 돌지 못해 지갑만 텅텅 비어가는 서민들이 늘어나면서 저렴한 값에 훈훈한 인정까지 얹어주는 가게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

춘천시 우두동 중화요리집 '자금성'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2,000원을 내면 자장면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인근의 초·중·고교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가격을 조정했다. 주인 박영미(여·43)씨는 “싼 가격이지만 음식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선지해장국을 2,500원에 내놓는 원주시 단구동 '땡벌해장국'과 자장면 한 그릇에 3,000원인 원주시 평원동 중국집 '영화은마차', 4,000원짜리 백반에 18가지 반찬을 내놓는 강릉시 교1동 '황금기사식당' 등도 모두 지역에서 착한업소로 꼽히고 있다.

특히 강릉 황금기사식당은 제1회 전국착한가격업소 대상에서 우수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행정자치부가 꼽은 도내 착한가격업소는 춘천 46개, 원주 21개, 강릉 102개 등 총 324개. 이에 대한 명단은 행자부 지방물가정보 공개서비스에 잘 정리돼 있다. 이곳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곳곳에 착한 가게들이 숨어있다. 강종수 강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저소득층은 의·식·주의 기본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수익의 상당부분을 포기하고 서민을 위한 가게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복지를 실천한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조상원·원상호·정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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