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SNS로 본 세상-뉴스&트렌드]전화도 TV도 다이얼로 돌려야 제맛 … 디지털에 `손맛'을 입혀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디지털+아날로그 `디지로그' 감성 제품이 뜬다

지난 2010년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의 저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는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종이책은 곧 사라질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그는 종이책의 소멸은 이미 시작됐으며, 10년도 아닌 5년 이내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자책(e-Book)이 종이책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종이책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책의 편리함을 이긴 종이책의 힘은 뭘까? 전문가들은 종이책을 넘길 때의 느낌 그리고 인쇄물에서 나오는 특유의 잉크냄새 등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느끼는 전반적인 질감을 아직까지 따라잡지 못하는 전자책의 한계 때문이라고 말한다. 바로 '감성'의 영역이다.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디지털 영역에 감성 코드를 결합한 '디지로그(Digilog·Digital+Analog의 합성어)'의 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종이책, 전자책 보급으로 소멸 예상

인쇄물 특유 질감 장점 여전히 존재

펜으로 메모하는 스마트폰 대성공

기성세대-추억 신세대-신선함 어필

■“디지털에 감성 서비스를 입혀볼까?”=디지털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사람들의 삶은 그야말로 편리해졌다.

필름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로 대체되면서 일일이 필름을 사는 수고를 덜 수 있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문자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연을 받는 것이 이제 더 이상 새로울게 없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필름에 담겨있던 추억들은 파일명으로 바뀌어 컴퓨터나 스마트폰 여기저기에 '저장'돼 있어 찾기조차 힘들고, 밤새 예쁘게 꾸민 엽서에 사연을 적어 방송국에 보내고 DJ에게 채택되기를 기대하며 노심초사하던 추억도 이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디지털 세대들이 감수해야 할 '기회비용'인 셈이다.

하지만 예전이 그립다고 해서 디지털에 익숙해진 생활패턴을 한순간에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디지털에 감성을 입힌, 이른바 '손맛'을 느끼게 하는 서비스들이다.

포토북이 대표적이다. 디지털화된 사진 이미지를 앨범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서비스 업체에 파일을 전송하는 것만으로 디지털기기 속에 잠자고 있던 추억들을 앨범으로 간단하고 저렴하게 제작해 소장할 수 있어 인기다.

또 레코드판을 스마트폰으로 인식해 음악을 들을 수 있게하는 '스마트 LP' 서비스와 스마트폰에서 1970~1980년대 다이얼 전화의 느낌을 살릴수 있는 '클래식 다이얼' 앱, 스마트폰을 이용해 제작한 엽서를 출력해 솜씨를 뽐내는 '디지털 엽서전' 등 디지털에 감성을 버무린 서비스와 마케팅 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를 넘어 '디지로그' 제품이 나온다”=최근에는 출시 단계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품고 나오는 제품들도 많아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스마트폰과 함께 제공되는 전용펜을 이용해 손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디지로그 제품이다. 마치 수첩에 메모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도록 스마트폰과 펜을 결합한 발상이 인기를 끄는 주요인이 됐다.

LG전자는 복고 디자인을 결합한 '클래식 TV'와 '클래식 오디오'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클래식 TV는 최신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면서도 1970~1980년대 흑백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터리 다이얼을 달아 브라운관 TV를 떠오르게 하고, 클래식 오디오는 턴테이블을 연상케 하는 외형과 달리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스마트폰의 음악을 무선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해 눈길을 끈다.

또 스마트폰 전용 포토프린터인 한국후지필름 '인스탁스 쉐어 SP-1'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마트기기에 저장된 사진을 즉석필름 형태로 인화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프린터 출력이 아닌 고유의 사진인화 방식을 채택해 아날로그 특유의 색감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기능을 갖춘 IT기기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성능보다는 소비자들의 감성에 어필할 수 있는 디지로그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며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젊은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제공하며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