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진실을 밝히고 무너진 정의를 세워야"

천주교 춘천교구 시국미사 봉헌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가 마련한 '국정농단규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가 14일 춘천 죽림동 성당에서 열렸다. 미사를 마친 후 사제단을 비롯한 300명의 시민들이 명동 일대에서 촛불 행진을 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2016.11.14

천주교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담당:최창덕 신부)는 14일 오후 죽림동 주교좌 성당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 진실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춘천교구내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날 미사는 여성재(사회사목국장) 신부의 주례와 오대석(내면성당 주임) 신부의 강론 순으로 진행했다. ‘자유와 진실이 만나 정의와 평화가 서로 마주하기를’을 주제로 강론을 펼친 오대석 신부는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며 슈퍼문이 떠오른다는 오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것을 잠시 미루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라는 것을 알려야 할 것 같다”고 첫마디를 뗐다.

오대석 신부는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도 못하시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면 그것은 아마 자신의 죄를 스스로 고백하고 자비를 끝까지 구원하지 못하는 사람을 구원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을 모두 용서하고 사랑함으로써 평화로운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진실을 밝히고 무너진 정의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함께 수많은 정관재계의 부정과 의혹에 대해 주교의 세가지 의견을 전했다.

오 신부는 “첫번째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은 죄는 참으로 크고도 여러가지다. 그중 가장 큰 죄는 헌법을 어긴 것이며,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든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 지난 주말 광장에 나온 100만 시민의 외침은 분명하다. 박근혜 즉각 퇴진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번째는 이번 사건의 관련자 전원에 대한 수사를 한치의 의혹 없이 진행해야 한다. 어떤 불의와도 결탁하지 않는 것이 우선과제이며 이익집단들의 개입을 거부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지지율 5%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신이 그렇게 증오했던 배신의 정치칼날이 드리워지고 있다. 대통령을 만드는데 있어 크게 세부류의 권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과 재계, 정치인이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박근혜 정부의 피해자인척하면서 탄생에 있어서 아무런 죄도 없고 자신이 중심이 돼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키려 하는 것이다. 언론은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음에도 추켜세우면서 자격도 없는 사람을 포장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중에 세월호 사건, 개성공단 폐쇄, 국정교과서, 사드배치 등의 일이 있었지만 묵과했다. 재계는 최순실 일당에게 돈을 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만들게 했다. 재벌로부터 시작된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인이다. 현 집권 새누리당은 이명박 말기에도 그렇듯이 새로운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고리를 끊었고 새로운 창당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대다수 서민들과 재벌 가운데 누구와 더 친한지 말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가톨릭 교인과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동안 역할을 잘 수행해 왔는지를 뒤돌아보며 겸허히 반성한다. 부패한 정치인과 재벌, 언론이 필요로 하는 것이 종교가 부여하는 종교적 윤리적 정당성이다. 이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가톨릭교회가 부디 그들을 멀리함으로써 진실과 정의를 통해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는 참종교가 되도록 교우분들의 노력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강론을 맺었다.

이어 신자들은 ‘생명의 양식’‘상록수’‘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등을 불렀으며 얼마전 이승환, 이효리, 전인권 등의 음악인들이 발표한 ‘길가에 버려지다’영상을 상영했다. 미사가 끝난 후에는 죽림동성당부터 명동 일대까지 300여명의 참석자들의 거리행진도 있었다. 최창덕 신부는 “국민들이 피땀 흘려 지켜온 민주주의 질서를 회복해 지금의 혼란을 극복하고, 이 땅에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으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고 말했다.

이하늘기자 2sky@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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