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신년특집 신춘문예-당선소감]“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그 말이면 충분할 말”

단편소설 김선희

등단하면 그렇게 소감을 쓰려 했다. 세상에서 소설이 가장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여 포기하려 했다고. 하지만 가장 마음대로 안 되는 건 사람이었다고. 그걸 깨닫고나니 소설은 내 어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계속 썼다고.

그러던 내가 우체국에서 대봉투를 열 개 샀다. 이걸 다 쓰기 전에 등단하겠다는 유치한 다짐이었다. 친구는 손을 모으고 기도하며 꼭 되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친구에게 모두 네 덕이라고 했다. 바로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선생님 덕분입니다”라고 했다. 소식을 알리며 보니 내가 한 몫이 하나도 없었다. 감사한 사람의 이름을 목록으로 만들어 읽은 것으로 수상소감을 대신한 영화배우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감사를 표할 자리를 언제 만나겠는가 싶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그 말이면 충분할 말을 길게 썼다.

△김선희(37)

△서울 生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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