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넘어 더 짙어진 그만의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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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왕기 시인 두 번째 시집 내놔

춘천에서 나고 자란 민왕기(41·사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내 바다가 되어줄 수 있나요' 를 세상에 내놓았다. 고향을 떠나 이제는 부산에 터를 잡은 그가 감성 가득한 시어로 풀어 놓은 또 하나의 '감성사전'이다. 2년 전 서른아홉 시절 선보인 첫 시집 '아늑'의 감성지수가 100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200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시를 옮겨 읽을 때마다 '감성즙'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시인은 자신에게 날아든 이야기들을 가슴 속 어딘가에 있는 그만의 감성 필터에 통과시켜 이리저리 직조하는 일에 점점 도가 트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막 불혹(不惑)의 나이를 넘어선 그가 '시 쓰기'라는 미혹(迷惑)의 감옥 속에 꽤나 오래 머물겠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첫 시집에 이어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은 탁월한 혹은 독특한 시선으로 단어에 새로운 의미들을 부여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문득 러시아의 빅토르 시클롭스키가 말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가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불이 익는 밤'이라는 표현에 허가 찔려 감탄하고 '너의 조금'이라는 말에 꾸밈말(형용사)을 마치 명사처럼 사용한 첫 시집의 추억을 떠올린다.

'자두가 자두일 때'도 좋다. 조금은 야한 그 기발함에 웃음이 터진다. 그래도 그의 시는 여전히 외롭고 슬프다. 아름답지만 말이다.

시인은 시집의 제목인 '내 바다가 되어줄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낸 것 같다. 어디서 발견했는지 '바다가 되어줄게요'라는 노래가 있다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민 시인답다. 그 노래를 배경으로 한 시 읽기도 꽤나 잘 어울린다.

한승태 시인 작품 해설에서 “민왕기의 시를 읽으며 그대, 자본주의 세상에서 부디 죽지말고 살아남으라. 매일 새롭게 태어나라. 그런 위로를 건넨다. 아니 그렇게 믿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일독을 권한다. 달아실 刊. 144쪽. 8,000원.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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