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전문의칼럼]5월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입니다

조성준 강원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5월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담배는 폐암뿐 아니라 후두암, 구강암, 식도암, 신장암, 췌장암, 방광암 등 각종 암과 사망의 주요 원인이며, 심혈관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등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그러나 금연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과제다. 담배를 끊으려다 실패한 사람만이 금연의 어려움을 안다. 담배를 태우지 않는 사람은 번번이 금연에 실패하는 흡연자를 이해하기 어렵다. 건강에 무책임하거나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보이고 때론 가족들로부터 안쓰러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담배가 처음부터 사회적으로 문제시됐던 것은 아니다. 1880년 미국의 발명가 제임스 본색이 처음으로 연초를 종이에 마는 지금의 '공장식 궐련기계'를 개발한 후 소비량이 급등하면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량 생산된 궐련이 등장한 이후에도 담배가 치명적으로 유해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한참이 더 걸렸다.

1964년 케네디 정부 시절 공중보건국장이자 의사인 루서 테리에 의해 그 유명한 '테리 보고서'가 나오면서 비로소 담배의 유해성이 공인됐다. 담배 광고가 금지되고 담뱃갑에 흡연 경고문구가 새겨진 것도 이때부터다. 그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TV 광고에 의사들이 버젓이 등장해 '대부분의 의사들은 건강에 좋고 향이 좋은 담배를 피웁니다' 같은 대사를 하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광고가 오랜 기간 계속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담배는 이 땅의 고독한 아버지, 혹은 성인의 상징처럼 비친다. 그 때문에 소년들은 어른 흉내를 내면서 담배를 배우기 시작한다. 한번 배운 담배는 쉽사리 끊기 어렵기 때문에 담배회사들의 주요 공략 대상이 젊은 소년·소녀들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독한 애연가였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작가 유홍준은 2015년 담배를 끊으면서 신문에 '고별연(告別烟)'이라는 글을 기고하고 공개적으로 금연을 선언했다. 흡연자를 미개한 공공의 유해사범 정도로 보는 시선이 아니꼽고, 담배 피울 장소가 없어 숨어 피우는 처량한 처지가 금연의 한 이유임을 고백했다. 오랜 흡연자라면 대부분 이런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얼마 전 응급의료시스템을 개선하려 애쓰다 과로사한 의사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추모하기 위해 올려진 물품은 국화꽃, 아메리카노 커피 그리고 담배였다. 이걸 보면 금연은 담배의 해악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들에게도 쉽지 않은 문제인가 보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과도 언젠가는 이별을 할 때가 오는 법. 더군다나 그 이별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함께했던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의지를 굳게 다져야 한다. 담배는 더 이상 고독의 상징이 아니다. 한때 멋스럽다고 생각하던 자리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대체됐다. 더더군다나 실상 위안을 주지도 못 한다. 어느 모로 보나 이제는 담배와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인지 모른다. 눈부신 봄에 담배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꿈꿔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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