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흔 인생 함께한 時 내려놓으며 당신께 올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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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철 시인 `어머니' 상재

◇김시철 시인 (강원일보DB)

19번째 시집 펴내며 '시업 끝낸다' 선언

오로지 시인으로만 살아온 삶 돌아보며

6·25전쟁으로 70년 헤어진 모친 떠올려

“글쟁이로 기억될수 있는 흔적들에 감사”

“90을 넘긴 내가/ 간밤에도/ 어머니를 부르며// 울었답니다/ 어머니!/ 어머니!// 울어야 풀어지는/ 그리움이기에/ 그래서 자꾸 또 울었습니다”(어머니·3)

올해로 망백(望百·91세)에 든 김시철 시인이 열아홉 번째 시집 '어머니'를 상재했다.

평창에 공심산방(空心山房)을 짓고 시작(詩作)활동에 열중하던 시인은 이번 시집을 끝으로 시업 폐업을 선언했다. 시집 앞머리에 있는 시인의 말 제목도 '내 생애 마지막 시집을 엮어내면서'이다.

시인은 1956년 문단에 데뷔해 오랜 세월을 오롯이 시인으로 살아왔다. 그런 그가 삶을 함께한 시를 내려놓는 순간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의 나이 스물하나. 6·25 전쟁과 함께 헤어져 그 후로 70년을 만나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시집에는 모두 5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는 시인 자신의 일상을 그려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내기도 한다.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거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 앞에서는 그만 코끝이 찡해진다.

시를 읽고 있으면 이내 그의 글에 흠뻑 매료된다. 일단 재미있다. 시집을 펼치고 나서 곧 책의 맨마지막 언저리, 시·소설이라는 타이틀이 이채로운 '좋다가 만 이야기'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한다. '완독(完讀)'이 금방이다. 시를 읽었다는 것보다는 시인과 대화를 나눴다는 표현이 강하게 다가온다.

김 시인은 “세상에 왔다가 작은 흔적이나마 남길 수 있는 글쟁이가 된 것을 나는 무한히 고맙게 생각하며 살아왔다”며 “문단생활 70년, 그동안 어찌어찌 인연이 돼 곱게 간직해 온 여러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초라한 흔적이나마 보여드리게 돼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30년 함경북도 농성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1·4후퇴 때 월남해 기자로 활동했고 1956년 시집 '능금(林檎)'을 출간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낚시진흥회 상임부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 등을 역임했다. 마을 刊. 127쪽. 1만2,000원.

오석기기자sg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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