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삶의 방식 찾도록 돕는게 종교의 역할”

부처님 오신 날 기념 한국지방신문協 공동-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대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한신협 소속 기자들과 코로나 국난 극복 등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상 처음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회 한달 연기

의료진 힐링 템플스테이·국난 극복 특별 기도회

피해 지역 지원 모금운동·봉사도 계속 이어갈것

우리사회 끝없이 갈등…화합의 리더십 발휘하길

4월30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협력하기 위해 부처님 오신 날 공식 봉축법회를 5월30일로 연기했다. 근대 불교 역사상 처음이다. 전국 지역 대표 신문사 9개사 모임체인 한국지방신문협회는 30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한국불교의 대표적 종단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대담을 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의한 불안함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 불안함, 피로감과 상실감, 외로움 등을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종교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안함과 외로움 등을 해소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보듬어 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인드라망'의 세계라고 부른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돼 있는 그물망과도 같다. 그렇기에 오늘 지구촌을 위협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직 인간만의 이익을 위해 뭇 생명을 위협하고, 개인의 탐욕에 물들어 이웃을 멀리하고 공동체를 훼손해 왔던 우리 모두의 삶과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새로운 일상과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이런 역할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라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상처 입은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들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누구보다 헌신적 희생을 해 주신 의료진들은 정신적·신체적으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다. 그분들에게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드리고자 한다. 의료진뿐 아니라 소방공무원 등 이번 국난 극복에 앞장서 주신 분들이 치유의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토닥토닥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청자들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또 부처님 오신 날인 4월30일부터 한 달간 1만3,000여 사찰에서 '국난 극복을 위한 특별기도'를 진행한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점등식이 진행된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난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은 황룡사 구층탑을 등으로 제작해 한 달간 전시한다.”

코로나 사태 초기 대응과 법회 중단 결정까지 힘든 점은 없었나

“조계종은 다른 종교단체보다도 선제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각종 법회와 기도를 중단하고 각 사찰의 불교대학 교육 등을 연기했다. 또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와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회 연기라는 힘든 결정도 했다.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고, 또 이로 인해 수많은 국민께서 감당하고 짊어져야 할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종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법회 중단이나 봉축법회 연기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론 법회를 중단하면서 대부분의 사찰이 경제적으로 매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찰 또한 신도님들의 기도와 보시 등이 사찰경제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아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 또한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수입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매우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사찰의 운영에 있어 어려움이 충분히 예상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회를 중단한 것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삼고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스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 줬다.”

■이번 사태 이후 조계종이 국민을 위해 구상 중인 것이 있다면?

“그동안 대한불교조계종은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피해가 극심한 지역과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해 각 지역 및 기관에 지원물품과 성금을 전달했다. 이어 각 사찰에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봉사와 지원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사찰을 방문하는 국민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과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하겠다. 코로나19의 종식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코로나19로 희생되신 분들을 위한 기도 정진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현대사회에서 불교 지도자의 역할과 지향해야 할 리더십은 무엇인가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는 말이 있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말로는 '자리이타 성불제중(自利利他 成佛濟衆)'과도 같은 의미다. 즉, 중생과 함께한다는 말로 이는 불교 지도자들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모든 지도자가 갖춰야 할 제일 중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는 화합의 리더십이다. 요즘 사회는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도리어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염려스러운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의 주장만을 내세우지 않고 나와 다른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속에서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지도자의 리더십이라 생각한다.”

■2018년 국내 전통사찰 7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 이후 변화와 함께 연등회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 상황은

“전통사찰 7곳이 묶인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의 전통사찰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는 것은 종합적인 산사로서의 특징을 오랜 세월 동안 잘 보존하고 있으며, 승가공동체의 신앙과 수행, 그리고 생활의 중심지이자 승원으로서 기능을 잘 보존, 유지해 왔음을 세계가 평가해준 결과다. 유네스코에 등재됨으로써 사찰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 종단과 중앙정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간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각종 제도 및 사업들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다.”

한신협 공동기획 강원일보=이규호기자 hokuy1@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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