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박물관 고을 영월]굽이굽이 동강 따라 역사·문화가 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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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애사 품은 비경 속 22개 박물관 체험…미술품·화석·곤충·차 진귀한 보물 가득

◇별마로천문대에서 바라본 영월군 전경.

오늘 우린 영월로 갑니다. 편안할 '영(寧)', 넘을 '월(越)'. 직역하면 '편하게 넘는다'는 뜻인데요.

꾸밈말과 꾸밈말의 조합. 어떠한 상황이나 느낌을 지명으로 붙인 것인데 작명 센스 하나는 끝내줍니다.

아마도 영월이 품은 자연의 모습에 대한 인상이 지명에 그대로 반영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월은 두위봉(斗圍峰)이니 태화산(太華山)이니, 높이가 1,000m를 넘는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고 평창강, 동강… 여러 갈래의 강줄기가 굽이굽이 흐르는 곳입니다.

고려 시대 명문장가인 정추(鄭樞·1333~1382년)는 자신의 시문집 '원재집'에서 영월을 두고 “칼 같은 산들은 얽히고 설키었는데, (중략) 비단결 같은 냇물은 맑고 잔잔하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날카로운 산자락 아래, 수더분한 강줄기 어귀에 무언가를 기념하고, 기억하고, 한데 모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곤충들이 이주를 해왔습니다. 아프리카의 예술도, 인도의 미술도 통째로 영월에 뿌리를 박았습니다.

지구 46억년의 신비를 간직한 화석도, 세계 지도도, 차를 마실 때 필요한 다구(茶具)도 한가득입니다. 심지어 곰인형을 모아 놓은 곳까지 터를 잡았습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별들이 가득한 고요한 언덕, '별마로'에서 바라본 영월, 별들을 토핑처럼 올려놓은 까만 바다는 또 어떻고요.

아직 반도 안 했는데 숨이 차네요. 하지만 소개할 곳이 앞으로도 줄줄이 사탕입니다. '박물관의 고을'이라는 별명이 허투루 붙은 건 아니죠? 자, '박물관들의 박물관' 영월에 이번 주말 '편하게 넘어와' 보세요.

글=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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