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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주거권 보장 캠페인]“학습·놀이공간 부족 시 우울·무력감 쉽게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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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그린 '내가 살고 싶은 집'

주거빈곤 실태영향 조사결과

심하면 자살충동까지 우려돼

건강한 발달 제도적 지원 필요

“집에서는 쉬고 싶어도 쉴 곳이 없어요.”

지난 6일에 찾은 A양의 집은 거실 겸 부엌과 방 2개가 있는 56㎡(약 17평) 정도의 작은 크기로 아이 6명을 포함해 가족 8명이 살기에는 비좁은 공간이었다. 가뜩이나 좁은데 짐이 벽마다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한 뼘 밖에 되지 않는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A양의 어머니는 녹초가 되기 일쑤다. 밥 먹는 공간도 부족해 식사를 두 번으로 나눠야 할 때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 공부를 위한 자리를 따로 만드는 일은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다.

A양 어머니는 “아이들 공부는 밥상 하나를 돌려 쓰며 하고 있다”며 “워낙 짐이 많다 보니 책상 하나 들일 공간조차 마련하기 힘들다”고 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TV 옆에 놓인 밥상 하나를 두고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해결방안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A양 아버지의 수입으로는 지금보다 더 넓은 집을 구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도 지자체 도움으로 싸게 입주를 했지만 집주인이 팔겠다고 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매입한 것이다. 이 가족에게는 상황을 개선할 별다른 대책은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발표한 '아동주거빈곤의 실태와 주거빈곤이 아동권리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주거빈곤을 경험한 아동은 우울 및 무기력감, 자살 충동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확률이 높다. 이는 주거빈곤이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저해할 우려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다 강제력 있는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고주애 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장은 “아이들은 친구를 초대해도 부끄럽지 않은 집을 꿈꾸고 있다”며 “어른들의 관심과 정책 개선의 목소리가 아이들에게 안전과 놀이공간, 휴식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빈기자 forest@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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