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가라앉는 중이었던 나를 건져 올려주신 심사위원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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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 단편소설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는 짐을 경매에 부치는 나라가 있다. 그곳에서 나는 누구도 손을 들지 않는 가방이 되어 가라앉는 중이었다. 아무도 건져주지 않는 돌의 그늘처럼, 아무도 울고 가지 않는 무연고의 묘비처럼. 입장을 거절당하는 꿈만 꿨다. 어둠도 빤히 바라보면 눈이 먼다. 언어를 건져야 할 때는 코끼리를 생각했다. 태종13년에, 자신에게 침을 뱉은 공조판서를 밟은 죄로 유배를 떠난 코끼리를. 코끼리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무도 없는 막막한 섬에서, 풀을 삼키고 볕에 기대었을 그 고독을 생각하면, 말이 고였고 흘러 나왔다. 흐르는 것을 썼을 뿐인데 등뼈가 하얗게 바랜 것만 같다. 이제, 이름이 불리었으니 꽃이 되어야겠다. 손을 들어 가져가는 가방이 되어야겠다. 건져 올려주신 심사위원 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지은(39)

△경북 안동시(경북 청송군 生)

△독서지도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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