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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허남윤이 만난 사람]이호식 “유망주 발굴 최선…4년·8년 뒤 올림픽에서 놀라운 결과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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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출신 이호식 대한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

◇이호식 (사)대한바이애슬론연맹부회장이 21일 허남윤 강원일보 문화체육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세희기자

체조인에서 동계스포츠 행정가 변신…경기력 향상 적극 나서

외국인 전담 감독 두고 세계 수준과 격차 줄이는 게 급선무

학원스포츠 변화·생활체육 활성화 위한 정부 정책도 촉구

고향 강원도 동계체육 강점…지자체 등 더 많은 관심 절실

“미치지 않고선 정상에 설 수 없어요. 대충 해서는 안 됩니다.” 시상대에 서는 선수들의 영광 뒤에는 뼈를 깎아낼 정도의 고통과 반복적인 훈련이 있다. 또 코치진의 헌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평생 체육인으로 살아가면서 현재도 체육 일선 현장을 지키고 있는 춘천 출신 이호식 대한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은 누구보다 선수들의 고통과 환희의 기쁨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선수로 지내다 체육 행정가로 변신했기에 어린 선수들에게 “미쳐야 한다”는 조언은 더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다. 지난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바이애슬론연맹 사무국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수십 년째 체육인으로 살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영원한 스포츠인

이호식 부회장은 체조선수 출신이다. 춘천과 화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초교 6학년 때 가족과 함께 서울에 정착한 그는 명지중에 입학하면서 체조를 시작했다.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또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했다. 영천에 있는 육군제3사관학교에서 체육선수로 복무한 후 제대와 함께 교직에 몸담으면서 지도자로 변신했다. 체조협회 국제심판, 수석부회장, 아시아체조연맹 집행위원 등 체조인으로 족적을 남겼다. 지도자로서 탁월했다. 그가 발굴한 선수가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과 체조요정 손연재다.

일선 체육 현장을 누비는 선수와 코치진을 서포트하는 행정가로서 또 다른 변신을 했지만, 마음은 늘 체육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체육 행정가, 새로운 도전

체조인으로 살아오던 그는 지난해 4월 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직을 제안받았다. 진천선수촌 부촌장으로 일하면서 체육 행정가로서 경험이 있었던 터라 고민 끝에 바이애슬론연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올림픽에서는 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했지만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전한 데 이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따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계 종목에서 순식간에 동계 종목 지도자로 변신한 것이어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땀 흘리고 열정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같은 일이라 덥석 요구를 받아들였다.

“선수가 느끼는 감정, 체육 행정가가 느끼는 감정, 가장 가까워 보이는 사이지만 한 가지만 겪은 것으론 이해하기 힘든 서로의 감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경험했고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선수들과 체육 행정가들 모두의 얘기, 서로의 입장을 들어주고, 또 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그의 집무실 테이블에는 대표팀 감독과 코치 공모에 응한 외국인 지도자의 프로필이 쌓여 있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외국인 전담 감독을 두고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줄이는 게 급선무. 선진 기술을 보유한 외국인 감독의 역량에 선수들의 훈련 등을 맡기겠다는 발상이다. 지도자와 심판 강습회, 선수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인성 함양 교육 등 할 일이 많다. 이 부회장은 “열악한 인프라에서도 올림픽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값진 결실이자 성과”라며 “선수들의 노력에 연맹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4년, 8년 뒤 달라질 미래

선수 기량 향상과 함께 이 부회장이 또 하나 계획하는 것이 있다. 바로 선수 육성. 특히 유소년 유망주 발굴이다. 국내 바이애슬론 선수 규모는 200여명 안팎으로, 타 종목에 비해 상당히 열악하다. 초교 시절 바이애슬론을 시작한 선수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절반이 그만두고, 또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도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선수 저변이 얄팍하니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어린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우수한 지도자로부터 훈련을 받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연맹 차원에서 선수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으로 4년, 더 나아가 8년 뒤 올림픽에서는 다른 결과를 보이겠다고 자신했다.

목표는 분명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부회장은 유소년 육성이 지자체나 경기단체의 노력만으로 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학원 체육 활성화가 자양분

이 대목에서 부회장은 ‘학원 스포츠의 변화'를 주문했다. 무작정 학생 선수들에게 반강제로 수업을 듣도록 하거나 또는 수업에서 아예 배제해 운동만 시키는 것보다 학생 선수 특성에 맞는 커리큘럼을 짜고 그 속에서 학생들이 공부와 체육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을 보면, 다시 학원 스포츠로 돌아오면서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집니다. 현재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앞으로는 결코 따라갈 수가 없어요.”

이 부회장은 특히 단순히 예전처럼 체육 활동만 강요하기보다 체육인으로 성장하면서 기본적인 소양과 덕목을 쌓을 수 있는 인성 교육, 국제대회에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외국어 교육 등 학생 선수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대학·실업팀 창단 붐을 실제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어린 선수들이 미래를 걱정하기보단 기대를 갖고 훈련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학과 실업에서 보다 많은 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체육

이 부회장이 엘리트 체육만 강조하지는 않았다.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활체육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생활체육 활성화가 중요한데 그걸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운동을 하고 싶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죠.” 국민 모두에게 1인당 주 6시간 운동을 할 경우 건강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등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늘 펼치고 있다. 또 60대 이상 노인들이 기준 이상의 운동을 할 경우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충분히 생활체육 저변을 확대할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강원체육에 거는 기대감

이 부회장이 강원체육과 관련, ‘수영괴물' 황선우와 ‘쇼트트랙 황태자' 황대헌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계와 동계를 대표하는 두 선수가 모두 강원도청 소속인 만큼 이들을 잘 관리하고 훈련시켜 강원체육이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천선수촌에서 부촌장으로 일하면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면 그 선수의 성장이 어느 정도 눈에 보입니다. 황대헌과 황선우는 자기 관리가 잘되고, 또 목표도 뚜렷한 선수로 분명 일을 낼 것이라 확신했죠. 제 바람대로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냈고,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해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또한 강원도의 적극적인 선수 육성 방안이 세계적인 선수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러면서 실업팀 창단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팀을 창단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정부 차원의 대책도 함께 촉구했다.

고향인 강원체육에 대한 관심도 컸다. 그는 “강원도 지역은 하계 종목보다 동계 종목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일반적으로 하계 종목보다 동계 종목이 인기가 더 적기 때문에 이 지역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지자체장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각 종목 연맹 회장들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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