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삼성 반도체 유치 자신…알펜시아 적폐청산 아닌 운영 정상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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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지사 직권 규제 해제할 수 있어야
춘천에 한국은행 본점 유치해 금융허브로 키울 것
강릉 2청사 최대한 신속히 설치…최소 2~3개국 이전

'새로운 강원도' 기치 내건 김진태 도지사

◇김진태 도지사가 지난 23일 춘천시 효자동 준독라운지에서 강원일보 정치부 최기영 기자, 이하늘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박승선기자

‘새로운 강원도'를 기치로 내건 민선 8기 김진태 도정이 출범했다. 본보는 김진태 도지사 취임 인터뷰를 춘천 효자동의 반려견 카페인 준독라운지에서 진행했다. ‘이제는 순한맛'이라며 따뜻한 도정을 예고한 김 지사가 직접 고른 장소다. 선거 기간 김 지사가 이곳에서 자신을 잘 따르는 보더콜리 ‘제이'를 안고 촬영한 사진은 그의 변화와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 결정적 장면이었다. 또 지역 청년들과 4번의 간담회를 가지며 도민 속으로 다가가겠다고 다짐한 곳이기도 하다.

김 지사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완성과 도청사 이전, 반도체 공장 및 한국은행 본점 유치까지 산적한 과제와 우여곡절이 많았던 선거 과정에 대한 소회들과 함께 민선 8기 도정의 운영 계획과 강원도의 미래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입장을 밝혔다.

■민선 8기 강원도정이 출범했다. 도민에게 가장 먼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제가 (경선 과정에서) 단식 농성을 하느라 굶어 죽을 뻔했다(웃음). 농성할 때 응원하는 분들이 줄을 섰었다. 당에서 나와 직접 확인할 정도였다. 강원도민에게는 정말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아마 당분간 도정의 이슈는 강원특별자치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법 조항이 최소한 지금의 5배는 돼야 한다. 핵심적인 것만 담아도 100개 조항은 필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과 목표는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규제를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가는 것이다. 도민들이 모든 규제에서 벗어나 이제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어야 한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많다=“삼성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다면 반경 200㎞ 내에서 모두 파급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강원 전역이 해당된다. 단계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보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다.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한다면 삼성에서도 답을 내기가 곤란할 수 있다. 내가 삼성에서 공장 유치해 달라고 단식농성 할 수도 없지 않나(웃음). 일단 인력이 제일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한 해 필요한 인력이 3만명이다. 인력 공급은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과 강원도에 유리하다. 원주는 이미 수도권이나 다름없다. 몇 가지 구상을 하고 있는데 반도체 인력을 속성으로 배출할 대학, 교육기관 등을 먼저 확립하면 충분히 반도체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다.”

■한국은행 본점 춘천 유치도 현실화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한국은행 유치 그게 잘되겠어'라고 비관적으로 말하는 분들이 법 조항을 말한다. 한국은행법에 본점은 서울특별시로 한다고 돼 있다. 법 개정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 그건 이유가 안 된다. 그런 논리라면 강원특별자치도법 역시 통과가 안 됐을 것이다. 법이 한 달에도 500개 이상 개정되는데 한 줄을 못 고친다는 건 현실성 없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본점 소재지를 강원도 춘천으로 한다고 법을 개정하면 모두 반대하겠지만 대한민국으로 고친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다. 법 개정은 문제가 되지 않고 정책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은행 본점을 유치했을 때 기대효과는 어떻게 보나=“한국은행 직원이 3,000여명 된다. 우리나라 최고의 은행이다. 공적인 은행들이 따라 들어온다. 춘천이 금융의 허브가 된다. 춘천시민들이 도청사를 뺏기면 안 된다. 큰일 난다 많이 걱정하셨는데 한국은행 본점을 유치하면 도청보다 더 큰 규모의 기관이 오는 것이다. 도청을 춘천 내에 다른 곳으로 옮기면 현재 부지를 한국은행 본점 유치 후보지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폐청산식의 도정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펜시아 등과 관련해 논란이 있다=“적폐청산이라는 말을 워낙 싫어하기 때문에 지난 도정을 적폐로 규정하고 이걸 다 지우고 이런 식으로는 안 할 생각이다. 그러나 알펜시아 매각의 경우 수사를 통해 계약 과정에서 범죄가 있었다고 나타난다면 책임 소재 문제도 있고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적폐가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알펜시아 같이 좋은 곳이 전 세계에 없다.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인사운영 방침도 궁금하다=“인사가 만사라는데 아직 직원들이 누가 누군지 잘 모르다 보니 솔직히 큰일이다. 도청 직원이 2,500명인데 사진만 보고 인상이 좋다고 좋은 자리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7월 인사는 최소화했고 앞으로 꼭 필요한 곳에 사람을 두고 신상필벌은 정확히해서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최고의 직원이란 결국 일을 잘해야 한다.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강릉 도청 2청사 설치 계획은 세우고 있나=“조직개편과 2청사 설치가 맞물려 있다. 도청 이전에 비해서는 훨씬 쉬운 문제다. 빨리 부지를 선정하고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떤 기능을 보낼지도 고민해야 한다. 최소 2~3개국 정도를 생각 중이다. 사실 처음에는 2청사 공약을 내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지금 춘천의 도청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2청사가 생기면 가족과 집이 있는 춘천을 떠나 강릉으로 가는 것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단은 희망자 우선 원칙을 세웠다. 2청사 설치는 최대한 신속히 하겠다.”

■최근 많은 사람이 “김진태가 달라진 것 같다”는 말들을 한다.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는지=“유권자들을 만나면서 제가 원래 갖고 있는 것보다도 왜곡된 강성 이미지를 희석하려고 노력했다. 단식 투쟁하면서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측은지심도 생기면서 강성 이미지가 많이 상쇄됐다. 참 묘하다. 단식 투쟁이라는 가장 강경한 방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처럼 마이너스가 플러스가 됐다. 세상에 독불장군이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됐다. 선거 기간 정말 진심으로 사과도 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대로 세상이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매운맛이 순한맛이 된 과정이다.”

■2년 전 국회의원 선거 당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시작한 계기로 ‘이광재'를 꼽았다. 겨뤄 보니 어땠나=“나에게 있어서 이광재란 고마운 사람일 수도 있다. 이광재 전 지사랑 동갑이다. 2010년 40대에 강원도지사가 되는 것을 보고 또래들이 ‘우리 나이가 벌써 도지사가 돼. 나도 한 번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물론 당시 486, 지금은 586이 됐지만 운동권이 강원도지사까지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저지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2017년 대선 경선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대통령'에 대한 꿈은 아직 간직하고 있나=“고맙다. 이거 물어봐 준 기자가 없었다(웃음). 나름 당시 2등까지 했었는데 강원도민들이 전폭적으로 밀어주지 않았다. 그때는 서운했다. 그때는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솔직하게 말하면 10년 뒤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내가 생각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1~2년 전에는 대통령이 될 줄 아무도 몰랐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내가 청문회 때 그렇게 안 했다(웃음).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강원도청을 어디로 옮겨야 되는지, 알펜시아 매각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도정만 고민하다보면 미련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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