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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깨진 병 수백개…발벗고 나선 시민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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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서 자발적 청소 감동

◇춘천시 퇴계동의 한 도로에 쏟아진 맥주병을 시민들이 청소하고 있다.

춘천의 한 도로에서 맥주병 수백개가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청소에 나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50분께 춘천시 퇴계농공단지 인근의 한 사거리에서 화물차에 적재돼 있던 수십여개의 맥주 상자가 도로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수백개의 맥주병이 깨져 차량들이 지나갈 수 없게 됐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학성(43)씨는 “갑자기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나서 ‘무슨 일이 터졌구나' 싶었다”며 “밖으로 나와 보니 깨진 맥주병들로 인해 도로가 엉망이었다”고 설명했다.

차량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빗자루를 들고 나선 김씨는 이내 큰 감동을 받았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도로 정리를 도운 것. 그는 “처음에는 저와 지나가던 택배기사, 맥주를 떨군 화물차 운전자 등 셋이서 정리를 했다”며 “이내 시민들이 하나둘 모이더니 아무 대화도 없이 맥주병만 치웠다. 자발적으로 치우신 분들이 10명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마땅한 도구가 없어 맨손으로 깨진 유리병을 치워야 했지만 누구도 불만 없이 병을 치우고 떨어진 상자를 도로 옆에 가지런히 쌓았다. 김학성씨는 “분명 치우다가 손을 다친 분들도 계실 것”이라며 “깨지지 않은 맥주병도 있었는데 훔쳐가는 일도 없었다. 춘천시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느꼈고, 우리나라는 분명 선진국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뿌듯해 했다.

권순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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