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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빚투족’의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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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3월29일 발표한 2020년 임금 근로자의 평균 대출액은 4,862만원에 이른다. 전년보다 10.3% 증가했고,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신용대출은 무려 19.2% 늘었다. 통계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부동산시장, 주식시장으로 향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의 증가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 4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 1,624건 중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입이 687건으로 전체의 42.3%에 이른다. 30세 미만 주식 투자자들의 신용융자거래는 2019년 말 4조5,241억원에서 지난해 말 12조3,060억원으로 2.72배 늘어났다. 이처럼 영끌과 빚투의 증가는 제로금리 시대가 한몫했다. 오죽 이자가 낮았으면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게 더 큰 이득이 됐을까. 당시 청년들은 주식을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마지막 열차''라고 불렀다. ▼하지만 잘나가던 주식과 부동산은 올해 들어 급변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 글로벌 공급망 쇼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맞물리면서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2021년 말 7만 8,3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일 5만6,200원으로 28.22% 떨어졌고, 네이버는 연초 대비 37.38%, 카카오는 40.18% 급락했다. 주식은 곤두박질치고, 물가는 천장을 모른 채 치솟고, 은행마저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있다. 영끌족과 빚투족의 곡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유다. ▼영끌과 빚투는 분명 개인의 책임이고 잘못이다. 그러나 정부나 기성 정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 긍정률은 43%로 한 달 사이 10%포인트가 줄었고, 부정률은 42%로 8%포인트 늘었다. 인사와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은 것이 부정률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 서민과 청년들의 민생은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이 힘겨루기에만 몰두한 결과다. 이제라도 서민과 청년을 살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경제정책이 수립되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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