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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결정적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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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년)은 포토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힌 매그넘과 라이프에 참여해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선구자다. 그는 회화를 배우다가 1930년대 사진가 만 레이와 외젠 앗제의 사진을 접하고 이를 계기로 사진의 길에 들어섰다. 그에게 카메라는 눈의 연장선이었으며 본능과 직관에 의거해 삶의 진정성을 포착했다. 인간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고 일체의 인위성은 물론 연출, 사진을 크롭하는 행위 등을 거부하는 대신 대상을 완벽히 정돈하면서 본질이 드러나는 순간 셔터를 눌렀다. ▼미학과 일상적 휴머니즘을 동시에 담아낸 그의 작품세계는 ‘결정적 순간''으로 표현된다. 분쟁과 변화의 기로에 선 장소를 찾아간 그의 작품은 삶과 세상을 예리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따뜻한 시선을 바탕에 깔고 있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붙잡을 수 있는 사진기의 속성을 깨닫고 결정적 순간을 기록했다. 그의 사진 작업은 피사체를 관찰하고 또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좋은 사진은 관찰력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설파했다. 사진가는 눈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이미지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 가는 사람임을 보여줬다. ▼브레송 사진의 중요한 주제는 언제나 인간이었다. 짧고 덧없고 위협받는 우리 인간의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진 사진가였다. 1930~1950년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큰 변화를 겪었다. 대공황을 겪고 있는 미국, 멕시코시티의 노동자들, 간디의 사망과 인도,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는 등 격변기의 현장을 지키며 기록해 왔다. ▼누구나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여정에서 생각나는 결정적 순간이 있다. 사진은 그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는 훌륭한 매체다. 사진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올 10월2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진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전 ‘결정적 순간''은 삶의 무게를 다는 저울이다. 인생의 무게가 궁금하다면 전시장을 찾아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김남덕부국장·kim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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