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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검란(檢亂)’‘과 ’경란(警亂)

올 4월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입법 처리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 현직 부장검사가 처음으로 이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렇게 시작된 고위 검사들의 사의 표명이 이어졌다. 일선 검사들도 전국 평검사 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대응을 논의했다. 앞서 2020년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부망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검찰 개혁의 핵심이 크게 훼손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평검사에 대해 “커밍아웃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공개 저격''하자 300명이 넘는 검사가 추 장관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고 나섰다. 이른바 검찰의 난으로 불리는 ‘검란(檢亂)''이 회자됐던 때다. ▼경찰청이 지휘부의 해산 명령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을 대기발령하고 회의 참석 총경들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그러자 일선 경찰들까지 내부 게시판을 통해 “나도 징계하라”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경찰의 난으로 불리는 ‘경란(警亂)''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검란과 경란에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검란의 빌미는 수사권, 경란의 발단은 인사권 등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양측 모두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본질은 권력 다툼으로 보인다. 정작 국민들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자신들의 힘을 키우는 데 골몰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탈리아 공산당 창립자이자 사상가인 안토니오 그람시 사상의 핵심은 ‘헤게모니 이론''이다. 그는 민중의 자발적 동의와 강제력의 지배가 균형을 이룰 때만이 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람시의 이론이 사상과 시대, 국가권력이나 시민사회를 초월해 주목되는 것은 ‘지적이고 도덕적인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리더십''에 대한 통찰에 있을 것이다. 검란과 경란은 어떤가. 위력으로 비판을 억누르는 것은 더 큰 반발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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