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정칼럼]‘이상한 변호사’가 법정에 출석한다면

안석 춘천지법 속초지원장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요즘 언론과 소셜 네트워킹서비스(SNS)에 자주 오르내린다. 주인공인 우영우 변호사는 자폐장애로 인해 재판장의 말을 가끔 그대로 따라 하고, 검사가 공격적으로 질문을 하면 즉각적인 대응을 못 한 채 몸이 굳어버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 변호사가 주위 동료와 친구의 도움으로 장애에 대한 편견을 하나씩 깨어 가면서 변호사로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드라마 속 우 변호사는 법정에 출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제의 법원은 결코 편한 곳이 아니다. 복잡한 법원 건물 안에서 혼자 법정을 찾아 출석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며, 용케 제 시간에 맞춰 출석하더라도 재판부에 자신의 의사를 홀로 충분히 진술하는 것은 비장애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2008년에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장애인이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을 받을 권리를 차별 없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여러 법률에서 재판 절차와 사법서비스의 이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들어 보자. 만약 형사사건에서 장애를 가진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다면, 재판부는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준다. 장애인의 부모는 법원에 ‘보조인''으로 신고한 후 피고인과 독립하여 소송 행위를 할 수도 있다. 나아가 자폐장애인과 같은 발달장애인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직원을 보조인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편 민사사건이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진술을 도와주는 ‘진술보조인''과 함께 법정에 출석하여 진술할 수 있다.

수어를 할 수 있는 청각·언어장애인은 수어통역사와 별도로 청각장애인 통역사를 함께 통역인으로 지정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다. 형사사건은 피고인이 통역비용을 따로 부담하지 않지만, 민사사건은 소송비용에 통역비용이 포함돼 소송의 승패에 따라 그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 이러한 비용 부담을 면하려면 법원에 소송구조 신청서를 제출해 재판부가 국고 부담으로 통역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미리 조치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이주민, 외국인 등과 같이 법원에서 사법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즉 ‘사회적 약자''는 법원에 필요한 사법지원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우선지원창구 또는 종합민원실에 가면 ‘장애인 사법지원(편의제공) 신청서''가 비치돼 있고,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의 장애인 사법지원 항목에서도 같은 양식을 내려 받을 수 있다. 법원마다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음성증폭기, 확대경, 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AAC), 이동과 의사소통을 보조하기 위한 인력의 제공 등 장애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 다양한 편의가 제공되고 있다.

만약 혼자서 출석이 어려운 지체장애인이 가족이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출석했다면 법원에 이와 같은 협조자에게 수당을 지급해 줄 것을 신청할 수도 있다.

법원에서 제공하는 장애인 사법지원 제도가 여러 면에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여기서 소개한 제도들만이라도 적절히 활용하면 드라마 속 우 변호사 같은 이들도 더욱 수월하게 사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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