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춘천미술관 입구를 지나치니 고소한 커피 향이 코끝에 닿았다. 차분한 분위기의 전시장 한편에는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커피 머신이 놓여 있었고 흰 벽에 알록달록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우리, 커피 한 잔 할래요?”
커피 한 잔조차 여유롭게 마시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원영은·주정순·최덕화 3인 작가가 던진 따스한 물음이다.
갓 내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니 이내 그 색과 멋에 빠져드는 듯 했다.
전시는 주정순 작가의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그림으로 시작됐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돌과 파랑새를 통해 그는 돌과 나의 관계, 더 나아가 세상과 나를 관찰한다. 또 희망을 꿈꾸며 날아가는 파랑새를 통해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잘 지내나요?''라며 안부를 묻는다.
이어 사라지면 아쉬운 순간들을 그림에 담아낸 최덕화 작가의 작품이 펼쳐졌다. 그는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마음 깊이 담아 새기고 또 새기는 작업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했다. 최 작가는 화려하고 톡톡 튀는 색을 활용해 여름을 떠올리게 만드는 수박, 올챙이 참외, 방학과 같은 소재를 그림에 담았다.
재미난 그의 추억이 깃든 그림을 보다 보면 시원한 그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쉬고 있는 큰 눈망울의 여인을 만나볼 수 있다. 원영은 작가는 어릴 적 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현실 세계와 우리가 꿈꾸는 비현실 세계의 결합을 통해 마치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과 같은 큰 눈망울의 여인을 만들어냈다.
올해로 4회째인 3인3색전은 다음 달 3일까지 춘천미술관에서 ‘커피 한 잔 할래요?''를 타이틀로 이어진다. 전시 주제에 맞게 시민들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관람이 끝나면 전시장 한 편에 마련된 그림 편지지에 잊고 지낸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각기 다른 색을 가졌지만 힘든 삶 속 위로를 건네기 위해 모인 작가들은 “인간이 가지는 놀라운 점은 절망적인 순간에서도 행복을 찾는 힘이 있다는 것”이라며 “바쁜 세상 속 쉼 없이 살아왔을 많은 분들이 커피 한 잔 마시며 전시를 감상하고 넉넉한 마음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