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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국립경찰병원 분원 반드시 철원군이 유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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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철원군수

국립경찰병원 분원은 반드시 철원군에 유치돼야 한다. 인구소멸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철원군은 사람으로 치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고사 직전의 위급한 상황이다.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자가호흡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긴급한 수혈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철원한탄강에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조성해 유동인구를 늘리는 방법으로 경제 활성화를 꾀하며 가까스로 생존을 연명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론 부족하다. 고정인구가 늘어나야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철원으로 귀촌한 사람들에게 가장 불편한 점을 꼽으라면 십중팔구는 낙후된 의료시설이라고 불평한다. 인구늘리기 정책은 질 높은 의료 서비스 제공과 연계된다. 지역 거점 의료시설에 분만산부인과를 설치하고, 공공산후조리원도 건립해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며 호평을 받고 있지만 충분하지는 않은것이 사실이다. 지역 소멸을 막고 철원을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들을 위한 질높은 의료시설의 확충이 절실하다. 더 많은 주민들이 제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

한반도의 중심지역에 위치한 철원군은 1930년대에는 인구가 8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큰 도시였지만 현재는 4만명 초반대로 줄었다. 당시 강릉시와 춘천시 다음으로 규모가 있었던 철원이 6·25전쟁과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성장동력을 잃고 말았다. 휴전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도 우리군은 군사 규제 등 각종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을 대비하는 군사훈련 포탄 소리에 고막이 찢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지만,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지역 소멸이라는 절망감뿐이었다.

그나마 철원에 상주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었던 군인들도 국방개혁 2.0에 따른 군부대 재배치로 우리군을 떠나고 있다. 근남면 육단리의 경우 위수지역해제로 상권이 붕괴되고 인구가 크게 감소했다. 과거 상가와 숙박시설, 식당 등이 즐비했지만 현재는 빈 점포만이 마을 곳곳을 둘러싸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도시재생사업 등 새로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히는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군부대 유휴지를 활용해 국립경찰병원 분원을 설치할 수만 있다면 국방개혁2.0으로 인한 부작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독일도 접경지역 시·군 자치단체에 국가 특별기관을 하나씩 크게 지원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했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바로 대규모의 부지를 확보하는 일이다. 군부대 유휴지는 과거 대규모 군장병이 머물렀던 공간으로 법적 지원과 정부 당국의 협조로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어 병원 유치에 상당한 장점이 있다. 이미 지난 겨울에 군부대가 떠난 유휴지를 활용해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활용한 선례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철원 남북산림협력센터와 DMZ산림항공센터 건립도 군(軍)의 유휴지를 활용해 신속하게 사업을 완료했고, 또한 추진하고 있다. 유휴지 활용은 주민과 군부대, 지자체 모두가 상생발전 할 수 있는 모델로 우리군은 이미 사업을 추진하고 성과를 확인하는 등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

하면 좋은 일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병원 유치는 후자에 해당한다. 우리군은 생존과 소멸의 경계에 서 있다. 국립경찰병원 분원 유치는 꼭 이뤄내야 할 과업이며, 너무나도 절실한 생존의 필수 마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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