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에 GDP 세계 10위, 수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당연히 나쁘지 않다. 조금 크게 보면 우리 모두 피땀 흘려 산업화에 성공한 결과가 잘 이어지고 있는 것이며, 최근에는 일본과의 국가경쟁력 격차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위안을 더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시지표와 국민들의 삶의 수준이 전혀 별개라는 데 문제가 있다. 그 중에서도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노인들의 삶의 실태다. 지표 중에 ‘빈곤율’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빈곤’이라는 것은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에 해당된다는 것이니 사실은 무지하게 가난한 것인데, 우리 사회 전체 빈곤율이 14%인 데 비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50% 정도로 나타난다. OECD 전체 평균은 노인빈곤율은 14%, 사회 전체는 12%정도 된다.
주머니에 가진 게 없으면 선뜻 친구 만나기도 쉽지 않고, 밥 한 끼 사기는 더욱 힘든 게 사실이다. 누구나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결과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노인자살률 1위로 이어진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도는 더 열악해서 전국 17개 시·도 중 2위를 보여주고 있다. 혹자는 이 원인을 빈곤이 아니라 관계성의 부족에 있다고 설명하는데, 관계성이 약한 이유가 바로 빈곤 때문 아니겠는가.
은퇴가 좋은 이유는 자유, 시간이 있고, 또 그 때문에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꿈꾸던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상태에서는 은퇴자들이 자신의 삶을 찾겠다고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지금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나 그 선배들 대부분 수출,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의 오늘을 있게 한 산업화의 역군들이다. 사회와 자녀를 위해 한 몸 불태운 그들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 국민과 사회가 은퇴자, 노인의 문제를 우리 사회의 문제화하고 해결을 위해 공론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다. 그러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제대로 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수출, 국부, 재정, 재정건전성의 목적은 무엇일까. 국민이다. 동시에 국가의 목적이기도 하다. 멋진 삶은 고사하고 버닝아웃 후에 위기로 내몰린 이 땅의 은퇴자, 노인들을 구해야 한다는 너와 나의 인식이 필요하다.
둘째 제도를 고쳐야 한다. 이렇게 노인들이 가난한 이유는 그들의 나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금제도, 재정 운용 등 국가경제시스템의 모순에 있다. 어느 사회, 어느 나라나 은퇴자의 주소득은 연금소득일 수밖에 없다. 제도의 목적은 국민의 건강한 삶에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제도, 퇴직연금제도, 노인복지제도, 다 본래의 뜻에 맞게 고쳐야 한다.
셋째 은퇴자의 삶의 중심은 자유여야 한다는 또 다른 인식이 필요하다. 모처럼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또 그렇게 빡빡한 인생을 살았기에 이 땅의 산업화가 가능했던 것인데, 그들이 은퇴 후에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다시 일터를 찾아 나서야만 한다는 데는 문제가 있다. 목적이 분명해야 은퇴자, 노인들의 삶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