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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태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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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송다’가 지난 1일 새벽 열대저압부로 약화되며 생을 마감했다. 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지난 주말과 1일까지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한반도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지 않은 탓에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제주도를 향해 곧장 직진하던 6호 태풍 ‘트라세’도 1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 남동쪽 70㎞ 해상 부근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불청객 태풍이 한반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케이웨더 예보센터에서는 올여름 태평양에서 22~23개의 태풍이 발생해 이 중 3~4개가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강력한 열대저기압인 태풍은 영향을 주는 지역에 따라 부르는 명칭도 다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태풍이라 부르고 북대서양, 카리브해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을 허리케인, 인도양, 아라비아해 등에서는 사이클론이라고 칭한다. ▼각자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구름이 회전운동을 하며 모여들어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현상은 모두 같다.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 열대성 저기압의 중심부에 나타나는 맑게 갠 무풍지대가 ‘태풍의 눈’이다. 지름은 30~50㎞ 정도가 일반적이지만 가끔 100~20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은 커다란 나무를 뽑아 버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보이지만 심장에 위치한 ‘태풍의 눈’은 더없이 고요하다. 하지만 ‘태풍의 눈’을 지나면 쓰나미와 같은 거대한 후폭풍이 몰려오기도 한다. ▼‘태풍의 눈’을 폭풍 전야로 부르는 이유다. 요즘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다. 코로나19 재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 등 글로벌 위기와 금리 인상, 물가 상승, 경기 침체, 그리고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혼돈의 정치.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하며 시시각각 태풍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반도를 강타할 ‘태풍의 눈’을 찻잔 속 태풍처럼 조용하게 머물다 가게 할 지혜와 폭풍우를 이겨내기 위해 함께 우산을 드는 맞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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