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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동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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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수은주가 12월 첫날인 1일에는 영하 19.7도(고성 향로봉)까지 곤두박질 쳤다. 칼바람으로 체감기온은 더욱 낮아졌으며 거리를 걷는 시민들은 옷깃을 여민 채 종종걸음 쳐야 했다. 따뜻한 날씨에 철 모르고 꽃망울을 터뜨렸던 개나리도 비로소 이 계절이 봄이 아닌 추운 겨울임을 깨닫게 됐으리라. ▼강추위에 ‘동장군(冬將軍)’이라는 단어가 곳곳에서 등장한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의미하는 동장군의 어원은 영어로 ‘General Frost’다. 1812년 1월 러시아 원정에 나섰던 나폴레옹은 초기 러시아의 진흙펄(라스푸티차)로 진군에 어려움을 겪었고 모스크바 점령을 앞두고는 극심한 한파로 패퇴해야만 했다. 나폴레옹의 대패 소식을 전하던 언론이 프랑스군의 패배는 러시아군 때문이 아닌 ‘동장군’이었다고 기사를 쓰며 등장한 표현이 ‘General Frost’였다고 한다. ‘General Frost’란 단어를 일본인들이 자기네식으로 ‘후유쇼군(冬將軍)’이라고 고쳐서 불렀고, 동장군으로 변해 우리나라에 정착됐다. ▼나폴레옹에게는 몰락을, 러시아에는 대승을 안겼던 진흙펄과 강추위의 화살이 이번에는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진흙펄에 고전했던 러시아가 이번에는 강추위에 내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거점도시 헤르손에서 쫓겨난 러시아를 놓고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급기야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력 및 에너지 시설에 미사일 폭격을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동장군을 불러오겠다는 심산이다. ▼동장군의 위협은 우리에게도 닥쳐오고 있다. 마주 보며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강대 강 대결을 이어가는 화물연대와 정부가 바로 그 주체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레미콘 공장을 비롯한 주요 산업현장이 멈춰 서고 있다. 기름이 떨어진 주유소도 속출한다. 올겨울 어쩌면 동장군보다 더 매서운 추위를 맞이할 수 있다는 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동장군을 물러나게 할 ‘훈풍’의 묘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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