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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피의자 소환…'기동대 배치 왜 안했나' 집중 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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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건…'불법증축' 해밀톤호텔 대표도 조사
내주까지 추가 구속영장…윤희근 경찰청장 수사에 "가능성 열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에서 피의자 조사 출석을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김 청장은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관련 치안·경비 책임자로서 참사 전후 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청 특별감찰팀의 감찰을 받았다. 특수본은 감찰 자료 검토 후 김 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뒤 이날 소환해 첫 피의자 신문을 진행한다. 연합뉴스

3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2일 김광호(58) 서울경찰청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청장은 이태원 참사로 특수본에 입건된 경찰 간부 가운데 최고위직이다.

전날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간부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특수본은 다음주까지 소방·구청 관계자 등을 상대로 추가 신병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10시 김 청장을 불러 참사를 처음 인지하고 보고받은 시점, 참사 직후 대처 과정과 함께 핼러윈 이전 이태원에 기동대 배치를 결정하지 않은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특수본은 서울경찰청이 용산서로부터 핼러윈 안전대책의 일환으로 기동대 투입을 요청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왔다.

이 전 서장과 용산서 소속 경찰관들을 조사한 결과 용산서 차원에서 경비 기동대 요청을 지시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김 청장도 지난달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용산서가 교통기동대만 요청했고 경비 목적의 기동대를 요청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 청장은 이날도 특수본에 출석하면서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숨김과 보탬이 없이 이야기했다"며 "오늘도 마찬가지로 숨김과 보탬이 없이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그러나 서울지역 치안·경비 총괄 책임자인 김 청장이 경력 투입을 결정할 의무가 있었다고 본다. 용산서의 기동대 요청 여부와 무관하게 김 청장에게 핼러윈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수본은 기동대 배치를 둘러싼 서울경찰청 내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전날 윤시승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윤 부장에게도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함께 피의자로 입건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김 청장이 현장 상황을 늦게 인지해 사상자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고 보고 참사 당일 112신고 처리와 구호조치의 적절성 전반을 조사 중이다.

김 청장은 참사 발생 1시간21분 뒤인 10월 29일 오후 11시36분 이임재 전 용산서장의 보고를 받고 참사 상황을 처음 파악했다. 당일 서울청 사무실에서 집회관리 업무를 한 뒤 강남구 자택에 있다가 이 전 서장의 전화를 수차례 놓치기도 했다.

특수본은 소환 조사에 앞서 경찰청 특별감찰팀으로부터 감찰자료를 넘겨받은 뒤 전날 김 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특수본은 김 청장의 범죄 혐의를 어느 정도 입증하는 대로 상관인 윤희근 경찰청장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윤 청장 입건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참사 발생 골목길 옆 호텔을 불법 증축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을 받는 해밀톤호텔 이모(75) 대표이사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 대표는 해밀톤호텔 본관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지난달 초 입건됐다.

문제의 구조물은 10년 전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가리는 철제 가벽이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과 맞닿은 해밀톤호텔 본관 서쪽에 있다.

해밀톤호텔은 불법 구조물을 철거하라는 용산구청의 통보를 무시하고 2014년 이후 5억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만 내며 철거를 미뤘다.

특수본은 지난달 2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참사 당시 현장을 재구성한 3D 시뮬레이션 결과를 넘겨받았다. 이를 토대로 불법 구조물과 참사의 인과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난 골목길에 인접한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사고발생 골몰길에 맞닿은 해밀톤호텔 서쪽면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가벽.

불법 구조물을 오랜 기간 유지하면서 용산구청 등 행정기관 공무원과 유착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이 대표는 특수본에 출석하며 "희생된 분들을 마음 깊이 애도하고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과 박성민(55)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등 경찰 간부 4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 목록을 정리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5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특수본은 박희영(61) 용산구청장과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 등 소방·구청 현장 책임자들을 중심으로 다음주까지 추가 신병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로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 피의자들에 대해 우선 어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추가 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특수본 출범 초기 입건된 주요 피의자 신병확보가 마무리되는 대로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윗선'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달 14일 소방노조의 고발로 입건된 이상민(57) 행안부 장관이 특수본에 출석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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