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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강원도]춘천 뜨겁게 달궜던 추억의 야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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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프로야구 창단 당시 생생히 묘사
1982년 4월 열린 춘천 홈개막전
삼성전 5대3 짜릿한 승리 소설로

소설가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한겨레출판 刊)’은 2003년 출간 당시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으로 공감을 얻어내며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장편소설이다.

올해로 출간 20주년을 맞는 이 작품은 당시를 추억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삼미슈퍼스타즈의 연고지에 살면서 짧은 기간 이 도깨비 같은 팀의 팬으로 살았던 사람이라면 일단 펼친 책장을 덮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삼미슈퍼스타즈는 MBC 청룡, 삼성 라이온즈, OB 베어스, 해태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프로야구 원년 멤버로 1982년에 창단했다.

소설은 프로야구가 출범할 당시의 모습들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다. “MBC 청룡-배팅 자세의 청룡 삼성-야구공을 문 사자(중략)삼미는-아아, 우리의 삼미는...슈퍼맨이었다” 뭐 이런식이다. 이후 뜬금없이 영화 ‘슈퍼맨’ 얘기를 하며 삼천포(?)로 빠지는가 싶더니 우승팀은 삼미라는 결론을 내 버린다. 바로 이런 글쓰기가 이 소설을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겠다. 필자는 2020년에 출간된 개정 2판을 다시 읽었다.

소설을 이미 읽은 독자라면 알겠지만 소설의 배경은 온통 인천이다. 인천상공회의소에서 창단식이 거행된 것을 비롯해 인천체육관, 인천고, 인천야구장, 심지어 소설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에도 ‘구도 인천의 야구팬’에 고마움을 전하는 얘기만 나온다. 그래도 강원도, 그중에서도 춘천이 또 다른 연고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 그렇게 크게 섭섭하지는 않다. 무엇보다 소설에는 춘천에서 있었던 삼미슈퍼스타즈의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기록도 있으니 더 그렇다. 바로 1982년 4월4일 펼쳐진 홈개막전이 인천이 아닌 춘천에서 열린 사실이 그것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첫 시합은 삼성전이었고 결과는 5대3 승리였다. 첫 승 경기의 선발투수는 인호봉. 바로 인호봉이 춘천공설운동장(소설에서는 춘천야구장으로 표현)에서 펼쳐지는 롯데와의 홈개막전에서도 또다시 선발로 나온다고 하니 기대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8대0 대패. 충격은 대단했다. 소설 속 표현을 빌리자면 “평범한 패배가 아니었고 뭔가 야구의 상식이 무너지는 느낌의 패배,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다는, 그런 느낌의 패배”였다. 소설 속에는 본보 시리즈 ‘라떼는 말이야’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4월25일, 역시 춘천공설운동장에서 있었던 OB전에서 8점 차 경기를 지키지 못한 채 역전패당한 에피소드도 그대로 박제돼 있다.

춘천야구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춘천역, 춘천역에서 기차 타고 청량리역, 청량리역에서 전철 타고 인천으로 이어지는 인천팬들의 응원 여정은 그래서 더 애처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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