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역사문화 기행]폐허 딛고 일어서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학정으로 깊은 상처 남겨

 이라크 전에 가려 한동안 잠잠하던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이 최근 한국인 인질사태로 다시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미군이 침공한지 6년. 그간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정치적 안정을 이루어 가고 있던 아프간은 다시 준동하는 탈레반 세력의 위협에 대처해야 할 국면에 처해 있다.

 아프간은 어떤 나라인가 그리고 탈레반은 어떤 정체인가 얼마 전 아프간을 여행했을 때 수도 카불(Kabul)남쪽 칸다하르(Kandahar)로 향하려던 내 발길을 간곡히 만류하던 현지 대사의 조언이 지금 생각하니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는지 새삼스럽다. 카불 북부지역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남부지방은 탈레반이 준동하는 위험지역으로 평소 현지 한국대사관에서는 여행을 자제하도록 늘 권고해오던 지역이었다.

 ■외세의 발자국으로 얼룩진 고난의 역사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사람들의 땅. 아마도 이 지구상에 이 나라처럼 척박한 땅에서 고난의 역사굴레 속에서 사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나라 없이 박해를 받으며 수 천 년을 살아왔던 유대인이나 커드(Kurd)족과 같이 지금도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비운의 민족이 있기는 하지만 아프간사람들은 수많은 이민족의 교차 속에 살아왔고 지금도 외세의 등에 업혀 재생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동서남북의 제국들은 모두 이 쓸모없어 보이는 땅을 밟았다. 고대로부터 페르시아 제국과 알렉산더 대왕(BC 4세기) 아랍제국(7세기)과 몽골(13세기) 티무르(14세기)제국이 침략했으며 16세기 초에는 티무르의 6대손인 우즈벡(안디잔)태생의 바부르(Babur)가 내려와 카불을 수도로 정하고 델리에 무굴제국을 세웠다.

 1747년 이란계 파슈툰 족(오늘날 아프간의 다수민족)이 칸다하르에 듀라니(Durrani)왕조를 세워 번성하였으나 동방의 인도(시크족)와 대립하면서 당시 인도에 진출한 영국에 도움을 요청하여 영국이 아프간에 발을 들여 놓는 빌미를 주었다. 영국은 1838년부터 아프간에 발을 들여 놓아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러시아세력과 아프간의 지배권을 놓고 각축(Great Game)하였다.

 아프간은 3차에 걸친 영국과의 전쟁 끝에 1919년 독립했으나 1979년 다시 소련의 침공을 받는다. 한 세기 전 영국에 밀렸던 러시아가 슈퍼파워 소련으로 변모, 북극곰이 되어 전격 침공한 것이다. 소련군은 이슬람 저항세력 (무자헤딘·Mujaheddin)의 게릴라 항전으로 고전 끝에 많은 사상자를 내고 10년만인 1989년 철수하였다.

 소련을 등에 업었던 나지불라(Najibullah)정권은 축출되었고 랍바니(Rabbani)정권이 들어섰으나 종족간의 갈등으로 내전이 확산되면서 1996년 청년이슬람동맹(탈레반·Taliban:1994년 칸다하르에서 결성)이 집권하였다. 오랜 내전 기간 많은 난민이 국외로 도피하였다. 탈레반은 이슬람 원리주의 학정을 자행하여 아프간을 극도로 피폐시켰으며 폐쇄주의를 지향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하였다.

 이교에 대한 박해로 2~5세기에 축조된 세계적 문화유산 바미안 마애석불을 폭파하여 세상을 경악시켰다. 2001년 9·11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 조직과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주었던 탈레반 정권은 급기야 미국의 침공으로 무너지고 현재는 친미 카르자이(Karzai)를 대통령으로 정치일정에 따라 안정을 이루어가고 있는 중이다.

 ■탈레반 잔당과 지방군벌

 그러나 아프간은 적대세력의 저항으로 갈 길이 험하다. 이들 적대세력은 대체로 세 부류인데 그 중심세력이 바로 한국인들을 납치한 남부 산악지대의 탈레반 잔존세력이며 이들을 지원하는 알 카에다 조직과 수도권 및 동부지역에서 활동하는 군벌세력 (HIG Hezbi Islami Gulbudin)이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좌시하고 있는 여타 지방군벌세력과 마약 난민귀환 문제는 아프간 정부가 안정을 이루기 위해 풀어야 할 최대과제이다.

 탈레반 잔당들은 남부 칸다하르 지방을 중심으로 파키스탄 국경 넘어 산악지대에서 저항하고 있다. 국경산악지대는 원래 아프간 땅이었으나 영국이 국경선을 밀어 올려 파키스탄 땅이 되었으며 지금도 많은 아프간 파슈툰족이 살고 있다. 파키스탄 기지로부터 작전명령을 받은 탈레반은 정부군공격 지방관리 암살 주민위협 등을 자행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약 8만 명의 군대를 국경부근에 배치하였지만 이들은 반서구적이고 친탈레반적이어서 탈레반 활동 단속에 소극적이다. 미국은 파키스탄에 은신하는 탈레반 지도자들을 소탕하도록 파키스탄 정부에 압력을 가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도 복잡한 족벌세력으로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마약 재배로 자금조달

 아프간은 중남미 태국과 함께 세계적 마약 산지이다. 오랜 내전동안 지방군벌들은 마약을 재배하여 자금을 조달하였는데 마약은 곧 지방군벌의 돈줄이다. 유엔 마약 범죄기구의 2004년도 통계를 보면 아프간 아편생산량은 2001년도 185톤에서 2004년도 4,200톤으로 세계 아편생산량의 87%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한해 마약수출은 28억달러로 아프간 GDP의 60%에 달한다. 2004년 12월 카르자이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을 운반 판매하는 군벌 소탕, 마약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새로운 소득원을 줄 수 있는 대체농작물 개발사업을 지원하는 등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재원의 부족 통수권의 제한 등으로 인하여 큰 효력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나토는 아프간에 파견한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치안유지활동에 뿐 아니라 마약퇴치 작전에도 투입하도록 그 임무를 확대하였다.

 23년간의 아프간 내전 동안 집을 떠났던 난민들의 귀환 정착문제는 아프간 정부의 우선과제이다. 난민부 장관까지 두어 살 곳과 일자리를 주기위하여 재원마련에 나섰다. 난민들은 80년대 소련 강점 시부터 소련 철수 후 종족간의 내전기간 1996년 탈레반의 학정시기 그리고 2001년 미군침공 시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들 중 330만은 파키스탄으로 230만은 이란으로 갔으며 해외로 약 50만이 이주하였고 국내의 타 지역으로 약 100만 명이 피난하였다. 2002년 한해 인접국으로부터 170만 명이 귀환 하였으며 근간 정치안정을 이루면서 많은 난민이 고향을 찾고 있다. 탈레반에 인질로 억류된 우리 젊은이들도 조속히 풀려나서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최영하 본보 독자위원장·前 우즈벡 대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