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일반

“일본 사람으로서 부끄럽습니다”

◇29일 춘천시립공원묘지 납골당에서 열린 태평양전쟁한국인희생자유족회 주관 한·일 합동위령제에 참석한 일본 방문단 대표 이노우에 준씨가 제를 올리고 있다. 박승선기자

-태평양전쟁 강제 징용돼 억울하게 죽은 원혼 위로 한·일 합동위령제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부끄럽고 한심스러우며 죄송스럽습니다.’

태평양전쟁 중 일제치하에서 강제 징용돼 고국에 유골이 되어 돌아온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한·일 합동위령제가 29일 춘천시립공원묘지 납골당에서 열렸다.

태평양전쟁한국인희생자유족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위령제에는 재한 군인군속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회원 이노우에 준(63)씨 등 2명의 일본인과 한칠남 대한민국상이군경회도지부장 등 도 보훈단체장, 희생자 유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홍영숙 유족회장은 이날 추모사에서 “일제 강점때 청·장년들이 일본 땅에 강제로 끌려가 전쟁터에서 총알받이가 되고 탄광에서 고된 노역에 시달리다 끝내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억울한 원혼들이 너무 많다”며 “지난 날의 역사를 되새겨 다시는 이 같은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노우에 준씨는 “광복후 62년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는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정식 사과나 보상이 전혀 없었다”며 “일본인으로서 피해를 입은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때 23세의 나이에 일본 오사카지역 군수물자회사에 강제로 끌려갔던 최복연(86) 유족회 부회장은 “기뢰(배를 폭파하는 장치)를 만드는 회사에 강제로 끌려가 고된 고생을 하고 돈 한푼 받지 못했다”며“지난 11년간 일본 정부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이렇다할 보상과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 부회장은 “유족과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가 직접나서 보상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위령제가 열린 납골당은 故 김경석 태평양전쟁한국인희생자 유족회장이 1991년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던 징용사망자 513명의 유골을 반환받아 2억원의 사재를 털어 춘천시립공원묘지내에 건립한 것이다.

한·일 합동위령제는 1994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으며 일본 과거사 사죄운동을 벌이고 있는‘재한 군인군속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회원들은 2001년부터 참가를 시작했다.

서승진기자 sjseo@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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