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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소설]세기의 사냥꾼(6880)

조선의 꿩 ⑧

큰 아이가 말했다.

꿩은 다리가 두 개밖에 없지만 땅에서는 다리가 네 개 있는 짐승들보다 빠르고 꿩은 긴 날개를 갖고 있지만 나는 재주는 날개가 짧은 오리보다도 서툴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소년들은 포식을 한 뒤에 논밭에서 쉬고 있는 꿩에게 덤벼들어 일단 날아 올린 다음 그 앞에서 가죽매를 휘둘었다.

5m나 되는 가죽끈이 휘파람 소리를 내면서 바람을 갈랐다.

그런데 그 소리가 꿩을 덮치는 매가 내는 소리와 비슷했다.

꿩은 근시였으며 청각으로 움직이는 새였으므로 겁에 질려 얼른 방항을 바꿔 엉뚱한 곳으로 돌진했다.

꿩은 논밭에 쌓여 있는 볏짚에 대가리를 박아 넣고 퍼덕이다가 소년들에게 사로잡혔다.

급히 방향을 바꾸다가 목뼈가 부러져 죽는 꿩도 있었다.

미스 수지는 아이들을 통해 인근 마을 사람들과 친해졌다.

조선사람들은 처음 사귀기는 어려웠으나 일단 사귀고 나면 친절하고 정다웠다.

날이 추워지고 천막에 하얗게 서리가 덮이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서양 여인들을 자기 집에 초대했고 방도 빌려 주었다.

구충제로 빈대와 벼룩을 소탕하자 조선의 집도 살만 했다.

온돌이라는 난방법이 특이했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 방바닥 밑에 깔아 놓은 넓적한 구들돌들이 뜨거워져 방 전체가 난방이 되었는데 세계 어디에도 없는 훌륭한 난방시설이었다.

이 대감의 고집스러운 적의(敵意)도 완화되었다.

자기의 영지 안에서 날아다니는 새들도 모두 자기 것이라면서 꿩을 잡지도 못하게 했던 그도 서양년들의 부지런한 활동을 보고 감동한 듯 꿩을 잡아도 좋다고 허가했다.

알고 보니 그 고집스러운 영감도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양반인 그는 그저 격식과 예의와 체면을 지키려고 했을 뿐이었다.

미스 수지와 그의 미국인 친구 미스 주리어는 밤에는 온돌방에서 자고 낮에는 천막에 머물면서 열심히 일을 했다.

그들은 사로잡은 꿩들을 철망우리 안에 넣어 사육을 했으나 꿩들이 자꾸만 죽었다.

역시 꿩은 닭과 달랐다.

같은 종류의 새들이었으나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사육했던 닭은 야생동물들이 갖고 있는 이스케이프(도주)의 본능이 없었으나 꿩은 그 본능이 강했다.

역시 꿩은 야생의 새였다.

꿩은 도주를 하려고 돌진했다가 대가리가 철망에 부딪쳐 죽었다.

꿩은 앞에 장애물이 있어도 얼른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동료들이 그렇게 죽는 것을 보고도 다른 꿩들도 역시 그런 짓을 하다가 죽었다.

꿩 사육이 난관에 부닥쳤다.

미스 수지는 그런 꿩들의 사고사를 방지하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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