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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북강원 금강산 생태탐사②] 3.여름 내금강에서 만난 새

오색딱따구리가 나무를 기어 오르며 먹이를 찾고 있다.

>> 남고성에서 북고성 가는 길

우리 땅에서 사는 새들의 번식기는 4월부터 6월까지 집중돼 있다.

새들의 생태를 기록하는 사진가들은 이 시기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낸다.

금강산도 새들의 육추 과정시기가 비슷해 내심 좋은 결과물을 기대하며 일정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이 왔다.

자동차를 이용해 금강산에 들어가는 대원들은 고성 화진포 아산휴게소에 도착해 북측 반입이 금지된 GPS나 내비게이션을 분리하는 등 출입절차를 밟았다.

관광증을 수령하는 사이 휴게소 광장의 소나무 위에서 까치가 찌르레기 부부를 자신의 영역에서 몰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동해선도로남북출입국사무소에 도착하자 “쿄로로, 쿄로로, 쿄로로” 청호반새 소리가 요란하다.

사람들의 간섭이 미치지 않은 민통선 안의 환경은 새들에게 좋은 서식처를 제공해 일반지역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다.

통일전망대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황로, 멧비둘기, 큰부리까마귀가 방북길을 배웅하고 있다.

금강통문에 들어서자 구선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천천히 차량을 움직이자 이내 비무장지대 내에 있는 감호에 이르렀다.

쇠물닭과 백로가 한가로이 먹이사냥을 하고 있었다.

북측에 들어서자 도로변의 가로등이 하늘색에서 진한 청색으로 바뀌었다.

도로 주변의 새들을 관찰하며 운전하는 사이 어느새 차량은 북측출입국사무소에 도착했다.

>> 소쩍새의 등장

북측출입국사무소는 남측의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방역대가 설치돼 있었다.

경직된 자세로 근무를 서고 있는 인민군이 깃발을 들고 차량 이동을 통제했다.

차량에서 내려 수속을 기다리는 동안 가로등 위에 앉아 있는 소쩍새(남측 천연기념물 제324호)를 보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한낮에 나온 소쩍새는 비무장지대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무시한 채 가로등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수속을 마치고 나오자 북측 영랑호 주변에서 개개비 소리가 요란하다.

도로 경계선에 설치한 철망위엔 갓 이소한 것으로 보이는 검은딱새 수컷이 앉아 어미를 부르고 있었다.

3년 전과 비교해 목격되는 새의 숫자가 늘어나자 대원들은 흥분된 표정으로 새들을 관찰했다.

농사일로 분주히 움직이는 농민들 사이로 작은 새들이 날아다닌다.

고성평야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흰뺨검둥오리 한 쌍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온정각에 도착해 금강산 호텔에 짐을 내려놓은 대원들은 호텔과 온정각 사이 산책로를 걸었다.

멀리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뻐꾸기는 여름이 오는 것을 전해주는 새다.

이새는 다른 새에게 새끼를 키우는 습성(탁란)을 갖고 있다.

아카시나무 위로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보인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뻐꾸기가 자주 애용하는 대리모다.

다른 새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는 뻐꾸기는 둥지 주인 알보다 빨리 부화된다.

부화한 새끼는 다른 알을 등으로 밀어서 둥지 밖으로 버린다.

둥지를 독차지 한 어린 뻐꾸기는 대리모가 물어 온 먹이를 독차지 해 점점 크게 성장한다.

대리모가 새끼를 키우는 동안 뻐꾸기는 어린 새에게 말을 가르치며 이소할 때 까지 둥지 주변을 맴돈다.

자유롭게 새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싶지만 북측에서 보면 이곳은 남북 접경지역으로 행동반경이 제한된 군사작전지역이라 제한이 따른다.

이곳에서 위장막을 치고 하루 종일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하룻밤을 보냈다.

>> 새소리를 따라 오른 만폭동계곡

내금강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온정령을 넘어 비포장길을 1시간 넘게 달렸다.

모내기 철을 맞은 농촌의 제비들이 한가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을 주변의 산들은 역시 민둥산이다.

민둥산 중간에 산불조심, 삼림애호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도 삼림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남 강원도와 마찬가지로 봄철 산불은 북 강원도에서도 예방해야 할 중요한 산림정책중 하나일 것이다.

민둥산이 이어지다 금강산보호구가 가까워지자 전나무 군락지를 비롯해 울창한 숲이 시작됐다.

좁은 도로를 곡예하듯 움직이며 도착한 곳은 표훈사 주차장.

버스가 관광객들을 내려놓자 계곡에 사는 물까마귀는 이내 깊은 계곡 상류로 이동했다.

한꺼번에 이동하는 사람들로 새들이 숲으로 숨어버려 관찰이 쉽지 않았다.

맨 마지막에 등산로를 따라가며 울음소리로 새를 구분하며 만폭동 계곡을 올랐다.

수려한 계곡은 다양한 새들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쇠유리새, 큰유리새, 박새, 진박새, 쇠박새, 산솔새, 매사촌, 노랑턱멧새, 굴뚝새, 노랑할미새, 울새, 동고비 등 다양한 새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딱따구리의 번식 확인

표훈사에서 장안사 터까지 보도로 이동하는 동안 딱따구리 종류들이 파 놓은 나무구멍들이 번식지임을 확인시켜주었다.

장안서 터에 주차된 관광버스 사이로 진박새가 벌레를 물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따라가 보니 장안서 터 돌담 틈에 둥지를 틀어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10여대의 버스가 주차돼 있고 관광객들이 왕래하는 상황에서도 새끼들에게 부지런히 먹이를 먹이고 있었다.

북측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손전등을 둥지 속으로 비추었다.

5마리의 새끼가 노란 주둥이를 내민다.

70mm렌즈로 둥지 주변에 앉아 먹이를 문 어미 새를 촬영하기 위해 보초를 섰다.

가까스로 촬영은 했지만 무척이나 아쉬웠다.

>> 외로운 섬 금강산

금강산지역은 북 강원도에 사는 새들의 주요 번식지다.

주변 산들이 민둥산이다 보니 산림을 이용해 번식하는 새들은 이곳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나무가 없는 민둥산들은 새들에게 번식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잘 보전된 금강산은 새들의 번식지로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지역으로 분산해 서식해야 할 새들이 금강산으로 집중되다보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먹이 경쟁력이 높아지고 번식지가 좁은 지역에 집중되다보면 근친교배 등이 우려됐다.

다시 찾은 금강산은 생태적으로 외로운 섬처럼 고립돼 보였다.

사진·글=김남덕기자 ndkim@kw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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