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폐쇄적인 농촌, 그 적나라함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가 주영선씨 소설 ‘아웃’

2004년 강원일보신춘문예 당선작가인 주영선(44·강릉)씨의 장편소설‘아웃’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지난 4일 상금 2,000만원의 제6회 문학수첩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情을 빙자한 폭력적인 획일성 실감있게 그려

“우리 소설이 놓친 세계 정직하게 조명” 호평

소설 ‘아웃’은 작가 자신이 직장생활로 체험한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의 배경지 위현리는 정겹고 휴머니즘이 살아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 아니다.

‘정(情)’을 빙자한 폭력적인 획일성이 횡행하는 곳이다.

소설의 첫 장면은 보건진료소 신축 기념 준공식이다.

마을 보건진료소는 농사일에 지친 이들이 무료로 쉬어 갈 수 있는 사랑방이었다.

그러나 농촌에 불어 닥친 혁신의 바람이 이상한 기류를 몰고 온다.

주인공이 5년 동안 유일한 직원으로 일했던 스무평의 낡은 보건진료소가 두 배가 넘는 신축건물로 변신한 것에 맞춰 오래전부터 마을의 권력을 쥐고 있던 사람들은 보건진료소장을 자신들의 세력하에 두려고 서로 경쟁한다.

유치한 회유와 협박이 이어지는 동안, 이 권력자들은 서로 담합했다가 음해하기를 반복한다.

“나는 비로소 또다시 그들에게 걸려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새삼 확인했다. 나는 처음부터 그들 사이의 인질이었다는 것을…. 내가 마당을 완전히 나오기 전에 이미 세 사람의 웃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192쪽.

회유와 협박이 통하지 않자, 이권을 가진 이들은 보건진료소장을 몰아낼 담합 구도를 돈독히 한다.

이 과정에서 보건진료소장이 가졌던 진심, 주민들에 대한 평가, 진실은 모두 빛을 잃는다.

끝내 현실과 타협할 줄 모르던 젊은 보건진료소장은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 이 마을에서 ‘아웃’되고 만다.

소설은 이렇듯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농촌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은 도시라는 익명의 공간보다 인간의 추악한 면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필요에 따라 ‘우리’라는 말로 결속을 다지며 ‘우리’가 아닌 사람을 쉽게 ‘아웃’시키고 마는 사람들의 속성을 작가는 위현리라는, 획일성이 극대화된 공간을 배경으로 흡인력 있게 그려냈다.

작가 주씨는 “우리네 삶은 형언할 수 없는 부조리들을 껴안고 살아간다”고 전제하고 “뉴스도 안되고 고발할 수도 없으며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수 없는 현상들이 존재 하는데, 문학으로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또 “언뜻 세상은 현대화의 극치고 그 현대화만큼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현실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강력한 획일성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다. 그 무조건적인 획일성에 동참하지 않았을 때의 파장을 한 개인의 삶을 통하여 재조명해보았다”고 말했다.

문학수첩작가상을 심사한 소설가 이동하씨는 “오늘의 우리 소설들이 놓치거나 소홀히 하고 있는 한 세계를 정직하게 조명한 소설이다”라고 밝혔고, 오정희 소설가는 “고립된 작은 공간과 시간 안에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나날이 발전되어 가며 삶을 포박하는 음험한 힘과 그 파괴력을 이처럼 실감 나게 형상화할 수 있는 것은 뛰어난 역량임에 틀림없다”고 평했다.

문학수첩 刊. 272쪽. 9,500원.

용호선기자 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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