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오대산 불교문화축전>정념스님 인터뷰

"청정 자연과 문화 즐기시고, 재충전해 가세요"

오대산, 한국불교 최고 성지로 정신문화 중추적 역할 담당

1,400년 역사 속 녹아있는 문화재 재발굴-창달 목적 기획

'만월선원' 개원 통해 수행-교육-문화 아우르는 역할 기대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은 2004년 진산식에서 ‘찾아가는 포교, 지역 사회로의 회향’을 표방했다.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불교를 주창한 것으로 1,400년 역사속에 국보 4점을 비롯해 300여 점의 문화재를 소재하고 있는 오대산과 월정사가 한국불교계는 물론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계기가 됐다.

‘오대산 불교문화축전 다섯 번째 마당 - 천년의 울림’은 정념스님 진산(취임) 첫 해 강원일보사와 공동으로 기획해 매년 가을 만산홍엽의 단풍 속에서 개최하는 국민문화 축제다.

한국불교를 이끌 지도자로 지목받고 있는 정념 스님을 만나 인터뷰했다.

- 전국적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오대산불교문화축전을 5회째 개최하게 됐습니다.

‘천년의 울림’을 내세운 축전의 의미를 말씀해 주세요.

“저명한 분들에게서 ‘한국불교문화와 민족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말을 종종 듣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 정체성 형성에 절대적 기여를 해 온 오대산의 역사가 1,400년 입니다.

그 역사 속에 녹아 있는 유·무형문화재를 재발굴하고 복원해 창달하고자 축전을 기획했습니다.

‘문화의 세기’라는 시대적 조류에 기여하고자 마련한 의미도 있고요.

도시문화와 산중문화의 융합을 통해 대중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게하는 시간과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곳 오대산의 청정 산하와 공기, 예로부터 다듬어져 온 문화를 즐기며 자신을 돌아보고 재충전하기를 기대합니다.”

- 올해 축전 첫날 ‘만월선원(滿月禪院)’ 개원식을 갖습니다.

선원을 개설한 뜻을 직접 소개해 주시지요.

“예전 월정사강원(月精寺講院)의 명성은 요즘도 지식인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지요.

월정사는 템플스테이와 단기출가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신도와 중생들의 교육에 앞장서 왔습니다.

‘만월선원’은 스님들의 결재를 통한 수행 분위기를 보다 높게 형성해 월정사가 수행과 교육 문화를 총체적으로 균형있게 아우르르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재(하안거 동안거) 기간에는 스님들이 참선수행을 하는 공간이 되고 해제 기간에는 조사어록 산림(대중이 모여서 어록 강독과 수행하는 일)공간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만월선원’이 문을 열어 오대산에는 기존의 상원사 청량선원, 지장암 기린선원, 육수암 칠보선원을 포함해 스님들의 참선수행공간이 4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4곳 선원이 한국 최고의 수행분위기가 갖춰진 오대산의 명성을 얻게 할 것입니다.

‘만월선원’ 첫 동안거 결재에 저도 직접 동참합니다.”

-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공동의장을 맡고 계십니다.

2년 전 조선왕조실록 국내 환수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본래 소재지인 오대산으로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실의궤를 되찾아 오는 일은 민족 자존을 복원하는 일입니다.

월정사주지는 임금이 지명한 오대산사고(五臺山史庫) 수호총섭이었습니다.

오대산에 있었던 것을 강탈해 간 일본으로부터 되찾아 오는 일은 당연하지요.

그렇지만 그게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국가 간의 문제도 있고 국내에서의 보관문제도 많은 난관이 존재합니다.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실의궤를 되찾아 오는 일은 한·일 간의 과거사를 정리해서 21세기형 우호를 만드는 역할이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실록과 의궤를 오대산에 보관했던 선인들의 지혜를 이어받기 위해서도 반드시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인 실록과 의궤도 돌아와야 하고, 오대산의 많은 문화재들을 보존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관계기관과 협력해 첨단기능의 박물관을 건립하고자 합니다.”

- 지난달 월정사 입구 천년 전나무숲길의 시멘트 포장을 완전히 걷어냈습니다.

월정사가 우리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오대산은 한국불교의 최고 성지로서 정신문화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또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창달해 온 곳이지요.

현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적 가치와 수행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그런 지도력을 제공하는 산실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거기에 자연과 함께하는 상생문화도 체험하는 웰빙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게 할 것입니다.

세계적인 명상타운을 건립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정신문화의 중심지가 되게 할 것입니다.”

- 최근 들어 잠잠해졌습니다만 정부의 종교편향 문제로 불교계가 설왕설래했습니다.

“‘편향’이라는 어휘를 적게 쓸수록 평화로운 사회일 것입니다.

최근에 불거진 종교편향의 문제는 소소한 몇 가지 사례로 나타났습니다.

그런 사례를 통해서 종교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서로간의 공존과 상생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물론 공직자들도 종교편향 사례가 발생하기 않게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입니다.

종교 간에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때 사회통합이 갖춰지고, 국민도 화합하여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상생, 공존, 화합의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것이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는 일입니다.”

- 축전에 참여하는 중생들에게 마음의 양식으로 주시는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요즘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합니다.

세상은 항상 어렵습니다.

불가에 ‘화중생련(火中生蓮)’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불꽃 속에서도 연꽃이 피어난다’는 말인데, 번뇌 망상 고통이 존재하는 뜨거운 열기에서도 연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뜻하지요.

금세 피었다가 지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피어 있는 연꽃입니다.

현실의 어려움을 피하지 않는 삶의 현장, 그 욕망 속에서 영원한 불꽃을 피워 올릴 수 있습니다.

항상 어렵고 고통스런 가운데서도 희망을 지녀야 합니다.

자기의 중심을 놓치지 않는 주인된 삶의 자세를 지니고 있으면 지금의 어려움은 능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상세계나 진리는 현실을 떠나서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방세계를 정토로 바꿔 낼 수 있다는 자기확신과 의지를 가지고 인내하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 앞서 말씀에서 올해 ‘만월선원’ 첫 결재인 동안거에 직접 동참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특별한 일로 보입니다.

“세상에서 얻는 동중이든 참선하며 얻는 정중이든 본분을 놓치지 않는 수행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스님들은 결제에 참여해 수행하는 것이 전통적인 가풍이지요.

어느덧 교구 본사 주지 소임을 5년간 수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동중살이에 치우쳐다는 내 자신의 판단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5안거가 되는 셈인데, 뜻 깊은 ‘만월선원’ 개원과 더불어 몸소 정중수행을 하려는 것입니다.”

대담=용호선부국장·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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