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강원논단]생태하천 복원 민·관 공동으로 해야 한다

몇 해 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의 리버워크(River Walk)란 곳을 가본 적이 있다. 그곳에는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소하천이 있다. 강폭은 8~10m 정도로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실개천과 함께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주변엔 카페, 레스토랑, 호텔이 즐비하게 들어서있다. 일 년 내내 수심이 약 1.5m 정도 유지되고 있어서 유람선이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강 바로 옆에는 볼거리, 먹을거리와 즐길거리가 이어져 있어서 관광객들에겐 인기 만점이다. 레스토랑들은 강물의 코앞까지 탁자를 펴놓고 장사를 한다. 그러나 함부로 건물을 짓지도, 고치지도 못하게 한다.

리버워크는 도심을 떠나던 사람을 불러 모아 도심이 공동화 되는 것을 막았다. 상업시설과 문화시설이 강길과 이어져 있어 한 해 2,0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리버워크는 관광상품이기 이전에 지역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식공간이 되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이 강길을 계속 늘려 나가고 있는 중이다. 바로 이런 곳이 도심형 소하천의 발전모델 중 하나일 것 같았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와 연계해 지방하천 정비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잘하는 일이다. 필자가 사는 춘천의 공지천도 도심형 소하천으로서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연형 하천으로 가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예를 든 리버워크 같은 생태문화관광을 겸비한 소하천이 되기에는 여건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인공수로 같은 청계천을 소하천의 모델인 양 벤치마킹하는 하천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생태하천 조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고는 하나 상당수는 홍수 예방이나 조경, 주민 편의시설 설치에 치우친 '짝퉁' 생태하천이 많다. 수생태 복원기술이 부족하고 사후관리가 잘 안 되어 하천정비 후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토사가 유입되고 건천화가 되는 등 수질이 악화되고 설치한 인공 설치물로 인해 오히려 자연경관이 훼손되어 버린다. 사려 깊지 않은 하천정비사업으로 예산낭비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돈 들여서 자연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주민들의 원성을 듣는 경우도 우리는 자주 보고 있다. 이 같은 소하천 정비의 실패사례 원인은 실제 그 하천 유역에 사는 주민공동체와의 충분한 사전협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를 예로 들 것도 없이 자연생태형 도심 하천으로서 '전주천'과 같은 바람직한 복원사례를 보면 지역주민들과 함께 관심을 가지고 생태하천을 가꾸어 나갈 때 성공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북한강 지류인 팔미천에서 '살가지 (살리고 가꾸고 지키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80여명의 '전인학교' 학생들과 시민단체가 수변지역 정화작업과 수중 오염물질 제거작업을 했다. 소하천 하류의 버들치 등을 포획하여 토종 물고기의 씨가 마른 상류에 방류하기도 했다. 이 지역은 산촌형 소하천으로 여러 곳의 비점오염원이 산재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역주민들은 이곳 개울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민간운동으로 오염된 소하천을 회복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소하천 지역주민들과 함께 전문 시민단체들이 협조하여 하천생태복원 운동을 벌이면 가능하리라 본다. 중요한 것은 오염된 소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할 때는 관 주도 방식이 아니라 반드시 지역공동체와의 합의 및 이를 유지·발전시키는 주민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생태하천을 잘 만들었더라도 이를 제대로 유지·관리하려면 주민들의 적극적인 봉사와 감시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번기라 너무 바빠서 다음부터는 꼭 함께 하자며 미안함을 표하러 온 이장님을 보고 지역주민과 뜻을 함께 한다면 소하천 '살가지' 운동이 잘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수달과 원앙새와 둑중개가 함께 사는 실개천을 따라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건강한 생명문화의 아름다운 물길이 소하천에 흘러야 한다.

허문영 강원대교수 (사)북한강생명포럼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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