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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전문의칼럼]왜 아이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열이 나는 걸까?… 아파야 큰다

박상준 강릉 한서한의원장

15년 전. 신출내기 한의사로 한방병원 과장으로 봉직하던 때, 양방병원 내에 한방병원이 함께 있던 종합병원이었지만 병원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의사 선생님들은 하나 둘씩 떠나고 한방과장 두명과 병원장만 남게 되었다. 일천한 경험과 일반적으로 만성질환을 보는 한의사의 특성상 응급진료에 선뜻 응하기는 어려웠지만 병원의 형편상 야간 응급진료를 보게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야간 응급진료를 시작한 첫째 날. 밤 10시가 지났을까? 마음이 급해 보이는 여자가 생후 10개월 정도의 유아를 안고 응급실로 들어왔다. 아무리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안떨어지고 축축 늘어진다는 엄마의 말에 응급혈로 쓰이는 십선혈(열손가락 끝)을 따주고 경면주사를 숨골(대천문)에 발라주었다. 30분 정도 엄마가 손발을 주물러준 후 아이는 급했던 호흡이 안정되면서 열이 떨어졌다.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엄마의 마음이 금값보다 더 비싸서 아껴두었던 경면주사보다 더 소중함을 느낀 하루였다.

이처럼 아이를 키워본 부모는 한 번쯤은 아이가 열이 나서 야간에 응급실에 간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왜? 아이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열이 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동의보감에서 찾아보자면 변증후라는 이론이 있다. 아기는 태어나서 생후 1년 정도에 성장발육이 왕성하여 변증(變蒸)하는데 10번 변(變)하고 5번 증(蒸)하여 320일이 되면 이 과정을 마친다는 이론이다. 변이란 32일 주기로 오장을 변하게 하는 것으로 지능이 발육하게 되고, 증이란 64일을 주기로 육부를 기르는 것으로 신체가 성장하는 것이다.

변증의 약한 증상은 열이 나고 땀이 나는 정도에서 5일 만에 풀리고, 심한 증상은 손발을 내두르며 구토와 고열이 나는 증상이 7~8일 지속된다.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지만 변증은 열이 나지만 귀와 엉덩이가 부분적으로 차고 윗입술의 중심이 허옇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변증의 과정을 마친 후에 비로소 말을 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변증은 기가 오르고 열이 나는 증상으로 병적인 상태가 아니라 생리적인 현상이다. 어른들도 변증과 비슷한 증상이 있는데, 흔히 말하는 갱년기증후군도 기가 상충해서 얼굴에 열이 오르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른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생리적인 증상이 아니라 반드시 하부 원기를 보충하고 상부의 허열을 치료해야 하는 병적인 상태다.

아이가 밤에 열도 덜 나기 시작하면 의사표현도 제법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배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고 호소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부모가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체온을 체크하고 배가 아프다면 식사는 무엇을 했는지 대변을 봤는지 물어보고 특이한 점이 없다면 배를 따뜻하게 해주고 다리를 쭉 피고 시계방향으로 문질러준다. 다리가 아프다고 할 때는 낮에 어디 부딪쳤는지 물어보고 타박이 있으면 냉찜질을 해주고 별다른 이유 없이 통증이 나타나면 성장통이므로 따뜻하게 해준 후에 주물러주면 좋다. 엄마손이 의사손보다 더 나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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