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촌지 근절과 교직 윤리

김덕만 시사평론가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올 들어 세월호 사태로 온나라가 관피아카르텔 척결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교육계가 비리척결을 위해 지켜야 할 교직행동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은 매우 잘 한 일이다. 교육 종사자의 도덕성과 청렴성 유지는 어느 분야보다도 중요함은 물론이고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기 때문이다.

지난 한두 달 사이 경남교육청 경기교육청 인천교육청 세종교육청 등이 교육자들의 윤리교과서 격인 교육공무원행동강령을 대폭 보강하면서 감사부서의 활동도 매우 분주해진 분위기다. 특히 낙하산 인사 시비를 방지하기 위해 경남교육청이 제정한 퇴직공직자 직무회피 조항이 파격적이다. 경남교육청은 퇴직 전 업무와 관련된 업체나 산하 기관에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직무회피 범위를 확대했다. 또한 지연·학연·종교·직장연고 등 지속적인 친분 연고가 있는 자도 직무 회피 범위에 넣었다. 예를 들면 사립학교를 지휘·감독하는 공무원이 자신의 가족을 부정한 방법으로 사립학교에 채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교육계 비리를 지도·감독해야 할 교육부 관료들이 산하 교육계에 낙하산으로 재취업해 비리의 온상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직무 관련 퇴직자의 재취업 금지는 매우 용기 있는 일로 큰 박수를 보낸다.

다음으로 업무추진비 사용을 감시하는 인천교육청의 상시업무추진비 모니터링 체계도 벤치마킹할 좋은 사례다. 이는 업무추진예산 낭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도덕적 해이 현상을 차단할 수 있다. 공적인 업무추진용 신용카드를 사적으로 휴일에 지인들과 식사하는 데 쓰거나 노래방 당구장 골프장 유흥주점 등 금지업종에서 사용하는 사례가 적잖이 발각돼 왔던 게 사실이다.

경기교육청은 비위 전력에 대한 인사 불이익 처분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금품·향응 수수액이 10만원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직무와 관련해 수수하고 위법·부당한 직무를 수행했다면 최고 해임까지 징계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10만원 이상의 수수에만 강등 혹은 해임을 규정한 다른 교육청들보다 훨씬 강도가 높다.

세종교육청은 음주 전력에 대한 처벌 강화 규정이 이례적이다.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받지 않았어도 음주운전 횟수에 따라 징계의결을 요구하도록 처벌기준을 명확히 했고, 수사기관으로부터 '혐의 없음'을 통보받은 경우에도 별도로 징계를 받는다.

이 같은 교육계 청렴도 강화대책은 부패 예방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직자행동강령 가이드라인보다 훨씬 강화됐거나 신설된 규정들이어서 운영만 잘하면 끊이지 않는 교육계 비리의 척결에 큰 효과를 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최근 학교마당의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처벌대책이 미온적이거나 명확지 않다는 것이다. 교사가 제자를 성추행하거나 교장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교사들을 성추행하는 소행도 수시로 적발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교육마당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은 촌지 수수보다 더 나쁜 죄질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

요청컨대 이러한 비리 근절대책들이 엄포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감사부서장들이 제 식구 감싸기로 봐주는 분위기를 확 벗어나 법과 규정대로 엄정히 처벌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솜방망이처벌로 흐지부지된다면 규정을 안 만든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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