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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이산가족 상봉'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이별보다 더한 괴로움은 없고 특히 생이별보다 더한 아픔은 없다”고 적었다. 또 “까짓 하나는 죽고 하나는 사는 결별쯤이야 고통이라고 할 게 못 된다”는 말로 생이별의 처절함과 기막힘을 표현했다. ▼정부가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의했다. 성사되면 2015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2000년 8월 첫 상봉 후 스물한 번째 이뤄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된다.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 가사처럼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라는 이산가족의 그 절절한 마음을 북한이, 김정은 정권이 절대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적십자사는 6·25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을 1971년 1,000만명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현재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 자료에 등록된 생존자는 6만여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81.6%가 70대 이상의 고령이다. 이들은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다 지쳐 아련한 추억 속에 부모 형제를 묻었거나 냉전이데올로기의 서슬 때문에 월북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입 밖에 내는 것조차 숨죽인 채 살아왔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이산가족에게 세월이 두려운 이유는 죽음 때문이 아니다.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가족 상봉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1983년 6월30일부터 11월14일까지 KBS에서 진행됐던 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 당시 혈육들이 눈물로 재회하는 모습에 전국이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간절하게 그리워하면서도 60년이 넘도록 만나지 못했던 남북 이산가족이다. 만남에 그 어떤 조건을 붙여서도 안 될 것이다. 살아생전 모두가 재회할 수 있도록 남북이 다양한 논의를 해야 할 때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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