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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치킨지수'

'치킨지수'라는 게 있다. 한 빅데이터 업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치킨이 얼마나 자주, 언제 언급되는지를 분석했다. 빈도가 피자의 거의 두 배, 삼겹살의 여덟 배였다. 연관어는 '친구'였고, 날씨가 좋고 주가가 높을수록 자주 언급됐다. 월드컵 같은 빅게임이나 인기 드라마가 방송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과 어울릴수록, 기분이 좋을수록 치킨 소비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 업체는 “치킨 소비와 사회적 행복도가 비례한다”고 결론 냈다(나현철, 삶은 계란, 2017. 1). ▼국민 간식의 반열에 오른 닭튀김(프라이드치킨)은 올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올여름 서울과 인천, 대구 등지에서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이 방문해 맥주와 함께 치킨을 먹는 '치맥파티'를 즐겼을 정도다. 지난 18일 춘천 공지천 의암공원에서 개막된 '2017 로맨틱춘천 치맥페스티벌'에는 1만5,000여명이 참가, 성황을 이뤘다. ▼닭은 인간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다. 생후 170~200일이 지나면 번식능력을 갖고, 연간 100~220개의 알을 낳는다. 가금으로 가장 많이 사육한다. 이런 닭이 요즘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수난이다. 국민은 분노와 불안감을 느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국산 계란은 안전하다”고 말한 지 며칠 만에 친환경 농가 계란에서 무더기로 살충제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집단사육의 비극, 인간이 자초한 재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계 농가 사육기준은 축산법 시행령으로 정해져 있다. 공장형 케이지에서 산란계를 키우려면 1마리당 최소 0.05㎡ 바닥면적을 유지해야 한다. A4용지 한 장(0.062㎡)보다 좁은 공간이다. 공장형 밀집사육 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진정돼 삶은 계란 한 알을 두고 행복을 떠올리며 닭도 건강하게 번성하는 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좋겠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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