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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11월11일'

11월11일은 으뜸을 의미하는 '1' 자로 이뤄진 길일(吉日)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많은 기념일이 몰려 있다. 우선 법정기념일인 '보행자의 날', '농업인의 날'이다. 또 '지체장애인의 날', '섬유의 날', '해군창설 기념일'이기도 하다. 이날은 굳이 '빼빼로데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의미를 더할 수 있는 날이다. 그렇게 가족, 연인, 친구들과 선물을 나눈다면 오랫동안 기억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사)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숫자 1이 지체장애인들이 신체적 장애를 이겨내고 직립하는 모습이라고 봤다. 그래서 2001년 11월11일을 '지체장애인의 날'로 지정했다. 숫자 11은 한자로 쓰면 '十一'이다. 이를 세로로 쓰면 '土'(흙 토)가 된다. 그래서 '흙토'가 겹치는 11월11일이 농업인의 날로 1996년 지정됐다. 2006년에는 숫자 11의 모양이 가래떡과 비슷하다고 해 '가래떡데이'로 부르고 있다. 이렇게 장애인과 농민을 생각하는 11월11일이 만들어졌다. ▼중국은 11월11일을 독신절(솔로데이), 광군제(光棍節)로 기념한다. '광군'은 중국어로 애인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11월11일의 '1'이 외롭게 홀로 서 있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솔로를 챙겨주는 문화가 생겨났다. 이날 중국의 젊은층은 소개팅과 파티를 즐기고 선물을 교환한다. ▼11월11일은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날이다. 영국 연방 국가들뿐 아니라 벨기에, 프랑스 등 많은 유럽의 국가는 이날을 '영령기념일' 또는 '종전기념일'로 지정해 전쟁 중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위로한다. 미국은 이날을 '재향군인의 날'로 정해 미국이 과거 참전했던 모든 전쟁의 재향군인들을 기념한다. 그들에게 11월11일은 전쟁의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날이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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