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강원도 혁신성장을 말하다]"지원제도 모르는데 지자체 무관심…정보제공·대학연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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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完) 서민금융진흥원 자영업 컨설턴트가 본 소상공인업계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인 자영업자는 경제정책에서 이중으로 소외돼 있다. 국가주도형 산업개발에서 제외돼 온 강원도는 5인 미만 개인사업체 수가 10만1,000개(2015년 경제총조사 기준)로 전체 사업체의 75.4%다. 자영업자들은 지자체 경제정책에서도 주목받지 못해 이들의 경영진단, 점포 운영 개선을 도울 사회 서비스도 드물다. 2010년과 비교해 2015년에는 도내 5인 미만 개인사업체 수가 7.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2%포인트 감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서민금융진흥원이 도내 서민금융(미소금융 등)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자영업 컨설팅'을 2년째 실시해 오고 있다.

강원지역 컨설턴트 5명 가운데 한승연 수석, 김상영·이정애 컨설턴트로부터 소상공인 혁신성장의 길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들어봤다.

한승연 수석

“은퇴자·미취업 청년 주 창업자

고금리대출 받은 경우 대부분

과도한 부채로 하루벌이 급급

경영점검·트렌드 분석이 우선”

김상영 컨설턴트

"프랜차이즈 본사 횡포 속수무책

산업 육성돼도 재 분배 효과 적어

적성 살린 젊은업주 수익성 좋아

기관·대학 지원책 충분히 활용"

이정애 컨설턴트

"사업난 극복보단 포기 사례 많아

혁신역량 갖출수있는 교육 확대

생계형 자영업자 구조체계 필요

日 지원책 벤치마킹 좋은 방안"

■강원지역 자영업 컨설팅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한승연=“서민금융진흥원에 창업·시설자금이나 1,200만원 이상 대출을 신청하면 의무적으로 '사전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보고서 작성을 마치면 업주에게도 전달된다.”

△김상영=“서민금융 대출자 가운데 매장 사정이 극히 어려워 상환 여건이 안 좋은 업주들을 주로 맡는다. 업체당 일주일에 2회 정도 방문하고 회당 4시간가량 머물며 경영 상황을 파악한다. 상권 분석을 위해 신용카드사 매출액 등이 파악된 자료를 미리 찾아가고 업주를 만나기 30분~1시간 전 미리 도착해 주변 상권을 직접 걸어본다.”

■서민금융 대출자들이 우선 컨설팅 대상인데, 주로 어떤 특성이 있나

△김상영=“2년간 강원지역을 맡았는데 40대 후반~50대 초반, 음식점, 카페, 도소매업이 많았다. 1인 사진관, 1인 여행사처럼 1인 사업주 매장이 대부분이고 매출액이 안 좋은 경우는 하루 5만원도 안 되는 식당도 봤다.”

△이정애=“주 업종은 음식업, 도소매, 서비스였고, 평균 연령대는 48세 정도였다. 매출액 규모는 신고과세표준액 기준으로 4,800만~2억원 정도 였다.”

■도내 자영업의 경영난이 이전보다 많이 악화됐다고 보는가

△한승연=“은퇴자, 취업이 안 된 청년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시장은 한정되고 위축됐는데 업주는 늘어나니 자영업 경영 여건이 더 악화되는 추세다.”

△김상영=“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컨설팅한 매장은 근로자가 없는 1인 사업주 형태여서 인건비 부담은 크지 않아 보였다. 그보다는 프랜차이즈점이 늘고 있는데 본사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경우를 봤다. 속초의 모 프랜차이즈 꼬치구이점의 경우 반경 2㎞ 내에 해당 브랜드 매장이 무려 10개 있었다. 관광도시라고는 하지만 정도가 심하다고 느꼈다.”

△이정애=“인건비, 물가가 오르고 소비도 줄어 어려운 건 맞다. 하지만 자영업 컨설팅을 한 지 30년째인데 해마다 모두 어렵다고 한다. 왜 어려운지 분석하고 극복하려 노력하는 게 필요한데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주먹구구식 경영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시장 트렌드를 공부해야 하는데 안일하게 자영업에 덤비는 것도 문제다.”

■강원지역 자영업 매출액은 전국 최하위인데, 경영난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는가

△김상영=“서울, 충남, 경남 등은 경제진흥원이나 신용보증재단에서 자영업 컨설팅,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대출과 함께 점포 개선자금 지원 제도도 있고 컨설팅과 연계시켜 진행한다. 이런 제도를 강원도에서는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춘천, 원주, 강릉을 제외하고는 경기가 활성화되거나 산업이 육성돼도 그 성과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까지 가는 '재분배 효과'가 나타날 시·군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정애=“자영업자 스스로 혁신 마인드와 역량을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한데 강원도에서는 그럴 기회가 거의 없다. 자영업자들이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보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유관기관들도 자영업자에 대해 더 공부하고, 지원도 더 늘려야 한다.”

△한승연=“서민금융 대출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을 보면 이미 카드론, 저축은행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업을 해서 수익이 나도 대출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장사까지 어려워지면 가정 생계난으로 이어져 악순환에 빠진다.”

■강원지역 컨설팅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안타까움, 보람 등이 있다면

△한승연=“매장 영업을 하느라 면담조차 어려운 게 자영업자들이다. 하지만 매장에 고사된 화분을 방치하거나, 현수막 관리가 안 돼 있거나, 직원 복장·용모가 불량하고, 지저분한 화장실을 보면 노력만큼 성과가 있을까 싶어 안타깝다. 컨설팅을 거부하며 왜 필요하느냐고 반문했던 업주가 컨설팅을 마친 후 소셜미디어 홍보에 눈 뜨게 됐다고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자영업자들도 당장 급한 일 보다는 경영 점검, 시장 분석에 나서야 한다.”

△김상영=“제2금융권이나 사채로 고생하는 업주가 서민금융 대출을 통해 과도한 부채를 상환하고 이자 부담을 줄이면서 여유를 찾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안타까울 때는 컨설팅을 하면서 업주와 하나라도 개선해 보자고 약속을 했지만 다음에 방문해보면 제자리인 모습을 볼 때다. 요즘은 자기 적성이나 취미를 살려 창업하는 2030세대 자영업자를 자주 만난다. 파티를 기획하는 기획사, 외국에서 벤치마킹한 음식점을 고향에서 구현한 매장 등인데 3,000만원 미만의 적은 비용을 창업해 꽤 수익성 있게 운영되고 있다.”

△이정애=“지자체, 유관기관들이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무심하다고 느낄 때 안타깝다. 컨설팅을 하며 시에 지원을 요청하면 논의조차 없이 반영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영업자들은 생계형이 많아 이들이 무너지면 가정 또한 무너진다. 임시방편으로 대처하지 말고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 구조체계가 필요하다.”

■강원지역 자영업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상영=“자영업자들을 만나보면 정부 제도, 정책 정보를 너무 모르고 있다. 지자체에서 정보를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 지자체, 도경제진흥원, 강원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유관기관의 지원 제도에 대해서도 거의 모른다. 이를 종합적으로 알리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강원도에 대학이 많은데 자영업과 관련된 학과가 있다면 협력을 통해 상인대학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끝으로 자영업자에 드리고 싶은 말은 큰돈을 사용한 창업보다는 창업 초기에 손님을 감동시키고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꽃 한 다발을 팔더라도 포장만 할 게 아니라 가게 상표 스티커 하나라도 고급스럽게 디자인해 붙이면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시대다.”

△이정애=“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강원도는 서울강원본부로 편입돼 있다. 서울의 모든 성적은 1등이고, 강원도는 하위권이라서 비교하기도 쉽지 않고 지역에 맞는 사업을 하기도 어려운데 분리될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자체부터 소상공인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그들의 일'로 밀어낼 게 아니라 지역경제의 개미군단이라는 인식을 갖고 일본의 소상공인 성장지원 프로그램 등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한승연=“자영업자들이 하루하루 가게 운영하기에 바쁠 게 아니라 자신의 경영을 점검하고 시장에 맞춰 변화시킬 혁신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데 지역에서 이런 서비스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 얼마 전 '기차여행+전통시장 방문' 패키지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강원도도 관광과 연계한 상권 활성화 전략이 충분히 가능하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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