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금요칼럼]4차 산업혁명과 원격의료

주진형 강원대병원 통일의료센터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2차 산업혁명과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넘어 첨단 산업과 정보화가 맞물려 돌아가는 대형공장의 자동화, 이송수단의 자율화 등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구성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요? 우리나라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수행돼 왔습니다. 하지만 2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인터넷 전용망의 이용료가 낮아지고 화질이 다소 개선되는 면이 있었지만 뚜렷한 질적인 개선이나 변화는 없는 상황입니다. 원격의료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을까요?

굳이 반대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애써 논의하고 시간을 소모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여러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두 가지의 예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50세 중반의 남자가 있습니다. 한 알의 혈압약을 제외하고는 복용하고 있는 약은 없습니다. 본인은 동일한 진료비 또는 조금 더 많은 진료비를 지불하더라도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합니다. 또 다른 분은 상당히 건강하지 않습니다. 요양원에 계시고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이며 걸을 수 없는 와상 상태여서 침대에 누운 상태가 아니면 병원을 방문할 수 없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고혈압 환자와 같은 만성질환자와 거동 불편 노인, 장애인을 원격의료 대상군으로 포함시키려고 검토하기도 했으나 의료법 개정안에 해당 환자들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량 공유제를 시행하려고 했으나 정부와 택시기사, 택시업체, 유관 기업 간에 큰 갈등이 있었습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정부, 유관 단체, 유관기업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 시대에 원격의료는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안전성과 효과의 측면에서 우려되는 면이 있다면 우선은 일부 지역의 의원을 대상으로 국한된 원격진료 시스템을 구축해 시범사업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강원도는 좋은 시범지역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형병원의 참여에 대해 의원이나 중소병원에서 부담이 있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의 진입을 통제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인접한 일본과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원격진료와 원격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질환에 국한될 수 있겠지만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생체징후 측정 장비와 스마트 TV가 갖춰진 거실에서 환자가 의사와 연결돼 상담을 하고 처방을 받는 서비스가 곧 어느 나라에서든 도입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올 3월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관련한 제재 면제를 승인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해 국내 기술로 고도화시킨 원격의료 시스템을 북한에도 구축하고 그것을 통해 북한의 환자와 의료진들을 만나고 도움을 주게 되는 세상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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