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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요칼럼]가미야마가 부럽다면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일본 아사히신문 오사카 본사 지역보도부 간다 세이지 기자는 2016년 봄부터 도쿠시마현에 있는 가미야마라는 작은 마을을 반년간 집중 취재하고 이를 '가미야마의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52회에 걸쳐 연재 보도 했다. 그리고 다시 1년간 후속 취재 한 내용을 최근 '가미야먀 진화론'이라는 책으로 묶어냈다. 이 책에는 '인구 감소를 가능성으로 바꿔내는 마을만들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인구절벽이라는 위기상황에 망연자실하지 않고 창의적 방식으로 마을을 되살려 냈다는 의미다.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 오지 마을쯤이라 할 수 있는 가미야마는 일본에서 지역재생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럴만도 한 것이 2만여명에 달하던 인구가 5,000명으로 쪼그라들며 일본에서 가장 빠르게 소멸할 지역 20곳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이 마을에 지난 10년간 200명에 육박하는 이주자가 줄을 잇고 첨단 IT기업을 포함해 10여개의 신생 기업들이 본사를 옮겨오거나 지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비결을 배우기 위해 지난 3년간 일본 전역에서 7,000명에 달하는 각계 인사가 찾아왔다고 한다.

지난 2년간 100여명의 마을 주민, 공무원, 이주기업인들을 인터뷰했다는 간다 세이지 기자는 책 후기에서 “가미야마를 취재하며 세웠던 가설은 모조리 뒤집혔다”고 했다. 뻔한 성공모델과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가미야마 스토리에는 지역산업을 잘 키워 부자마을이 됐다든가 탁월한 리더가 지역 변화를 이끌었다는 흔한 영웅담이 없다. 그저 '이 마을에 오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뭔가를 해보고 싶어진다'는 이주자들과 '직원들이 일하기 좋아서 왔다'는 이주기업 대표들의 경험담이 즐비하다. 간다 기자는 이를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가미야마 특유의 따뜻함'이라고 표현했다. 이주자들은 이 마을에 '살고 싶어서' 온 것뿐이고 이들의 자발적 노력이 모아져 결과적으로 지역재생이라는 선한 결과로 이어진 것뿐이라는 얘기다.

이런 우아하지만 싱거운 스토리에 성이 차질 않아 지난주 서강대 지역혁신 연구팀과 함께 가미야마를 찾았다. 그런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의 얘기도 한결같다. 지역재생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도치타니 마나부 '가미야마 연결 공사(公社)' 대표는 “특별한 산업 전략은 없다. 환경과 자연을 소중히 하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들을 작은 것부터 해 나가다 보면 점차 큰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가미야마가 가장 크게 하고 있는 '사업'이라 해 봐야 중산간 지역 농가의 영세한 경영 규모에 맞게 소량생산-소량유통을 이어주며 로컬푸드 소비를 촉진하는 '푸드허브' 프로젝트, 이주자와 이주기업을 위한 공동주택과 코워킹스페이스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얼핏 시시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목표를 선정하고 추진하는 과정 전체가 철저하게 주민들의 토론과 참여, 관리 속에 이뤄진다.

주민들은 지역과 유리된 채 추진되는 화려한 '전략산업' 같은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실제로 지역에 도움이 되고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을 찾는데 애를 썼고 공공은 인내심을 갖고 이를 지켜보다가 필요한 지원만 해주고 간섭하지 않았다. 아무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누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여유와 확신이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걸 찾아 가미야마로의 이주를 결심하게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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