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의심, 또 의심

'분노하라(국역 돌베개 간)'. 2011년 네티즌이 선정한 '올해의 책'이었다. 전체 88쪽. 그러나 저자 인터뷰를 제외하면 절반 분량인 40쪽이 본지다. 유엔 프랑스 대사를 지낸 저자 스테판 에셀의 역작이다. 내용은 제목이 그렇듯 무관심을 질타한 강한 메시지다. 그러나 막무가내, 악다구니여서는 결코 안 된다. '좋은 분노'다. 그래서 분노가 가능하다. 적극적인 참여가 자신의 창조적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삶의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번에는 '의심하라'다. 지난 11일 불교 수행자들이 화두(話頭)를 안고 돌입한 동안거다. 참구를 위한 간화선, 불퇴전이다. 공안(公案)의 지혜를 구하고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물음·의문에 답하고 그것을 다시 의심하는 수행이다. 정좌한 벽면 묵언, 용맹정진으로 평등일여(平等一如)한 경지에 다다라 깨달음(진리)을 얻으니 묘경(妙境)이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밥을 먹으나 산책을 하나 일체처(一切處) 일체시(一切時)에 화두를 챙기고 의심하여야 할 것이니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안거에 돌입하는 수행자들에게 내린 당부다. 아울러 “산문을 잠그고 삼동결제(三冬結制)에 임하는 대중의 마음자세는 모든 반연과 갈등과 시비장단을 내려놓고 이번 결제기간 반드시 화두를 타파해 대오견성(大悟見性)하겠다는 각오가 확고해야 한다”고 일렀다. ▼이번에 나온 종정의 법어 또한 오묘하다. 그러나 결국 무릎을 치게 한다. “눈 가운데 티끌 없으니 긁으려 하지 말고 거울 가운데 먼지 없으니 닦으려 하지 말라. 발을 디뎌 문을 나가 큰 길을 행함에 주장자를 횡으로 메고 산 노래를 부름이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각자의 본분에 충실하라는 죽비로 해석하게 된다. “목적은 자기사(自己事)를 밝히는 데 있다”는 것이 종정의 말씀이다. 누가 '의심하지 말라'고 강요했는가. 무작정 믿을 게 아니다. 더 나은 지혜를 얻기 위한 질문이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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