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총선
총선
총선

경제일반

[이코노미 플러]전국 최초 홈쇼핑 `대성공' 명품 시래기 명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지역경제 살리는 6차 산업](5·完) 양구 펀치볼산채마을

◇양구 펀치볼 산채마을에서 시래기를 수확 중인 농민들. ◇조하연 대표 ◇포장용 시래기 200g.(사진위쪽부터)

휴전선 바로 아랫마을, 양구군 해안분지(일명 펀치볼 마을)는 7년 만에 많이 달라져 있었다. 터널 입구에는 '시래기 마을'이라는 안내판이 있었고 사과와 감자, 무 위주였던 예전과 달리 시래기 직판 농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펀치볼 마을의 시래기 농가 규모는 2010년만 해도 20여개 농가, 99만1,736㎡(30만평) 규모였지만 이제는 200여개 농가, 330만5,785.12㎡(100만평) 규모로 커졌다. 30~40대도 적지 않았다.

무의 부산물에 불과했던 시래기가 한 마을의 경제를 살렸지만 결국 사람이 해낸 일이다. 농업회사법인 펀치볼 산채마을의 조하연(59) 대표는 그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해 오고 있다. 강원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센터장:이종인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가 6차 산업화 우수사례로 꼽은 펀치볼 산채마을을 찾아가 봤다.

수확 전 서리맞아 맛·식감 최고

1회 판매 목표량 초과 대박행진

현재 200여개 농가 100만평 규모

가공장 건립 일자리 창출 목표

■시래기 홈쇼핑 최초 판매 '명품 이미지' 구축=펀치볼 마을 주민들이 시래기 농사에 나선 배경은 추위 때문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무 등을 재배, 출하하고 나면 가을철에는 소득원이 없었다. 추운 날씨에는 양면성이 있었다. 이모작이 불가능한 한계도 있었지만 대신 서리가 전국에서 가장 이른 10월 초에 내리는 기회도 있었다. 수확 전 서리를 맞은 시래기는 한층 더 부드러워져 맛도 좋다. 추위 속에 토지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래기를 키우는 농가가 하나둘 늘었다. 귀농인인 조하연 대표 등 농가 5곳이 만든 영농조합법인은 시래기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수도권 학교 급식 식재료로 납품했다. 하지만 중간업체를 거치며 마진이 남지 않아 이내 접었다.

기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다. 유통업에 밝은 조하연 대표의 지인이 펀치볼 마을을 본 후 TV 홈쇼핑 입점을 제안한 것. 1년6개월의 준비 끝에 2012년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홈쇼핑 판매는 대성공이었다. 1회 판매 목표량(5,000세트)을 1,500세트나 초과했다. 홈쇼핑 마케팅은 조 대표뿐만 아니라 펀치볼 마을 전체에 도움이 됐다. 시래기는 전국에서 무가 나는 곳이면 어디서든 생산 가능했지만 전국 최초로 홈쇼핑 판매를 시작한 것은 '펀치볼 시래기'였기 때문이다. 명품 이미지가 구축되면서 시래기 농가도 늘었다.

■부가가치 역외유출 방지란 숙제=홈쇼핑 판매에 성공하면서 조하연 대표는 '연간 15억원대 매출액을 올린 농업인'으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는 “실질적으로 펀치볼 마을에 돌아온 영업이익을 따져봐야 하는데 기대 이하였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방송에 한번 나갈 때마다 전국에서 수천 세트의 주문이 들어왔지만 양구군 내에서는 초보적인 가공인 '세척, 포장, 냉동'까지밖에 할 수 없었다. 부가가치가 한 단계 더 높은 '포장, 물류 가공'은 지역 내에 가공장이 없어 전라도 업체를 이용했다. 이 때문에 판매량이 늘어도 수익은 펀치볼 산채마을보다 전라도 가공장이 더 가져가는 구조였다.

조하연 대표는 “포장, 물류 보관이 가능한 가공장은 수십억원대의 시설투자가 필요했는데 이 부분은 여력이 안 돼 외주를 줄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회고했다.

'가공업의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점에서 조 대표는 또 다른 숙제도 갖고 있다. 식품가공업에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간편식품 등을 개발, 생산, 판매해야 하는데 이 또한 막대한 시설투자 비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OEM으로 속초 가공업체를 통해 간편식 시래기 된장국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언젠가는 양구 농공단지에 확보한 부지에 가공장을 지어 양구군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며 모든 공정을 소화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지역 내 5개 시래기 가공업체의 모임인 펀치볼시래기 가공유통협의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조하연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구화 사업 등을 수시로 알아보고 도전하며 기회를 찾고 있다. 조 대표는 “우리 지역의 시래기 농가들이 안정적인 출하가격을 보장받으려면 지역에 든든한 가공업이 있어야만 한다”며 “농가의 원물을 안정적으로 수매하고 가공물을 생산하며 펀치볼 마을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