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쥐띠 문화예술인]“영화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 도내 배우들 팍팍 밀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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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영상위 사무국장 김성태(72년생)

◇영화 '검은 땅의 소녀와(감독:전수일)'. 김성태 사무국장은 본인이 촬영한 영화 중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제안에 이 작품을 꼽았다.

알바로 카메라 접해 영화인 꿈꿔

무턱대고 간 유학 신념 키운 계기

국제영화제 촬영상 등 인정 받아

2017년 영상위 부임 적극 활동

독립영화협 창립·영상인 양성

올해 '배우 인센티브' 사업 도전

흰 쥐의 해, 희끗희끗한 머리를 휘날리며 잰걸음으로 다니는 김성태 강원영상위원회 사무국장.

제대 후 별다른 흥미를 찾을 수 없던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에게 맞는 답을 구하던 어느 날, 우연히 친구에게서 TV 프로그램 제작 아르바이트를 제안 받았다. 시쳇말로 '땜빵'이긴 했지만 태어나서 처음 트라이포드, 카메라 다리를 들게 됐다. 그렇게 카메라 보조를 하며 현장에 머물기를 1년. 카메라를 든 사람들을 멀찍이 바라보며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내친김에 영화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까지 먹었다.

겁도 없이 결혼자금을 미리 당겨(?) 유학을 떠났다. 우츠영화학교에 입학했지만 교수들의 독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이를 악물은 그는 영화학교의 모든 과정을 높은 점수로 마무리하고 졸업했다. “나의 역사는 나의 손과 발로 써야 한다”는 그의 영화에 대한 신념은 힘겨운 타지생활을 견뎌내는 원동력이 됐다.

그가 겪은 모진 과정은 영화를 찍는 풍부한 자양분이 됐다. 그렇게 그의 영화 촬영감독 필모그래피 속에는 '경계', '이리',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영도다리', '핑크' 등 수많은 영화가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씨네21의 2007년 올해의 영화인에 선정되고 라스팔마스 국제 영화제 촬영상을 타기도 했다.

2017년, 강원영상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사무국장 모집공고에 지원한 그는 이제 4년 차 사무국장이 됐다. 쟁여 놓은 이야기가 많지만 이제는 영화를 하는 후배들이 잘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이유다.

촬영감독이 아닌 문화행정가로서 바라본 강원도는 어땠을까. “제일 놀랐던 건 춘천 출신 장우진 영화감독, 정동진독립영화제 박광수 프로그래머 등 도내에서 영화를 한다는 사람들이 서로를 모르고 있다는 거였어요.”

영화인의 네트워크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사람들을 만나게 했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지난해 강원독립영화협회를 만들었다. 올해는 기존 영상 유치, 도내 젊은 영상인 양성을 계속하면서 '배우 인센티브'에 도전하려 한다. 도내 배우와 영화를 찍으면 지원해 주는 제도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속 배우 이정은을 보고 품은 생각이다. 수년 전 영화현장에서 바라본 이정은은 누구보다 열심이었으나 이름을 알리고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이렇게 승승장구할 수 있는 거잖아요. 경자년(庚子年) 새해에는 도내 배우들도 그렇게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지난해 강원영상위는 이 사업의 밑작업이 될 배우 DB 구축을 마쳤다.

김 사무국장이 찍은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 어떤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지 묻자 '검은 땅의 소녀와'를 추천했다. 속초 출신 전수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태백 폐광촌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자연보다 더 삭막한 인간의 삶과 거칠게 다가오는 시련들을 버텨내는 인간의 의지를 군더더기 말도 필요없이 전달할 수 있는 영상'이라는 평을 받은 그의 작품이다. 검은 땅에서 희망을 찍었던 그가 열악한 강원도에서 피워낼 강원영상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이현정기자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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