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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이사람]“평창동계올림픽처럼 전 세계인 기억에 남는 수제맥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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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팀머맨즈' 평창수제맥주 화이트크로우 브루잉 대표

◇레스 팀머맨즈씨 ◇레스 팀머맨즈씨가 자신이 직접 만든 맥주를 시음하고 있다. ◇레스 팀머맨즈씨와 그의 부인 김수진씨. ◇화이트크로우 맥주.(사진위쪽부터)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맥주의 계절' 여름이 오고 있다. 특히 하루의 열기와 땀, 목마름을 씻겨주는 장인이 빚은 수제맥주 한 잔이 주는 행복은 그 어떤 것에도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 평창수제맥주 화이트크로우(White Crow) 브루잉은 맥주의 제조에서 판매까지 모든 양조과정을 책임지는 벽안의 캐나다 출신 브루마스터 레스 팀머맨즈(39)씨가 대표다. 그의 회사는 차별화된 맛으로 이름을 알리며 강원도 수제맥주 산업의 성장과 함께하고 있다. 상호 화이트크로우 브루잉은 평창의 옛 이름인 백오현(白烏縣)에서 비롯됐다. 하얀 까마귀처럼 가장 진귀한 존재, 가장 귀한 맥주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다.

아내 수진씨 만나 2012년 평창에 정착

친구집서 우연히 맛본 수제맥주에 매료

양조장 겸 바 작년 방림면 계촌리 오픈

지난해 매출 1억4,000만원 빠른 성장세

“평창은 맥주를 만들기에는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정자연에서 나오는 맑은 물과 부재료, 주위의 자연 환경이 더 맛있고 깊은 맛을 재현해 내기 때문이죠.” 왜 평창에서 수제맥주를 하느냐는 질문에 레스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평창과 수제맥주와의 상관관계를 손쉽게 풀어낸 것이다.

그는 2019년 1월19일 캐나다식 수제맥주 양조장 겸 바를 집 근처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에 오픈했다. 그 후 양조장은 지하 220m 천연암반수와 세계 여러 국가의 질 좋은 몰트와 홉을 사용해 신선한 수제맥주를 제조·제공하면서 평창의 명소가 됐다. 그가 빚은 맥주는 정통 영국식 에일로 청량하고 때론 쌉싸름한 맛, 때로는 묵직한 맛의 별천지를 연출한다.

연중 생산하는 맥주부터 시즌별 맥주까지 9종의 수제맥주를 개발했으며 7종을 판매하고 있다.

그가 만든 '평창골드에일'은 매일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선사하는 금메달 같은 맥주다. 부드러운 홉 향이 완벽하다. '앨티튜드 엠버에일'은 평창의 아름다운 가을을 담았다. 캐러멜 맛과 고소한 견과류 향이 은은하다. '화이트크로우IPA'는 파인애플, 구아바와 같은 열대 과일 향이 느껴진다. '고라니 브라운'은 고라니의 활기찬 모습과 같은 브라운 색상을 담은 맥주다. 혀끝에 감도는 초콜릿 향, 커피 향의 느낌이 풍부하다. '하이홉'은 입안에 톡 터지면서 구아바와 열대 과일 향이 난다. '영벜'과 '블랙벜'은 평창 특산물인 봉평메밀을 이용한 맥주다. 고소한 메밀 풍미와 함께 깔끔하다. '밝은 밤'은 초콜릿 딸기 케이크의 맛이 느껴지며 쌀쌀한 밤에 연인과 함께 마시기에 좋다. 이 가운데 그의 역작 '고라니 브라운'은 2019년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9 아시아맥주챔피언십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바에서 안주로 내놓는 음식도 정갈하다. 직접 재배한 신선한 토마토, 루콜라, 바질을 사용해 이탈리아 돌판 피자 오븐에서 구운 피자와 수제 치즈를 넣어 만든 캐나다 대표음식 푸틴을 맛볼 수 있다. 감자튀김, 어니언링, 육포도 별미다. 그래서 이곳은 어느새 많은 단골이 생겨났다.

특히 지난해 9월 부인 김수진(49)씨와 함께 KBS-1TV 휴먼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 소개되면서 레스씨와 화이트크로우 브루잉은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그것도 평창의 한 산골에서 대자연을 벗 삼아 수제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렸다.

'내조의 여왕' 김씨는 평일에는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퇴근 후에는 맥주집 주방장으로 변신하며 남편을 돕고 있다. 이들의 만남은 캐나다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한 레스씨가 13년 전 한국을 찾아와 우연히 부인 김씨를 라이브카페에서 마주치면서 시작됐다. 그들은 1년여간 적극적인 열애 후 2010년 연상연하 부부로 결혼에 골인했다. 레스씨는 자연환경이 뛰어난 곳을 찾다가 2012년 평창에 정착해 지역 초·중학교의 원어민 영어 강사로 일했다. 이랬던 그가 어떻게 맥주 전문가가 됐을까.

“우연히 친구의 집에서 맛본 수제맥주의 매력에 빠지면서 그 전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됐죠. 결국 수제맥주를 평생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에 2015년 캐나다로 돌아가 맥주 전문학교인 올즈 칼리지에 입학, 브루마스터 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하게 됐습니다.” 레스씨는 지난해 창업 초기 평창, 횡성지역 축제와 전국 맥주 관련 박람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회사 홍보에 정열적으로 임했다. 그 결과 그의 회사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억4,000만원을 올렸고 올해는 2억8,000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에는 베트남, 태국, 인도, 중국 등 해외에 2억원 상당을 수출하는 등 4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봉평메밀, 진부산딸기, 평창산양삼, 머루 등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맥주 만들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맥주는 다양한 사람을 한곳에 모이게 하는 특별한 상품이에요. 전 세계 사람들이 맥주 하나로 즐거움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죠. 평창동계올림픽처럼 지구촌 사람들이 기억하는 맥주를 생산하는 게 제 꿈입니다.”

평창=김광희기자 kwh635@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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